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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주족 체포하자 '경찰 사촌형' 찾아와 "석방하라"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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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찬스' 나선 경찰관, 직급 낮은 동료 경찰에 협박성 사건청탁

경북 지역의 한 파출소장이 본인의 사촌동생이 폭주족 활동 혐의로 인근 지구대에서 현행범 체포되자 지구대를 찾아가 "석방하라"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찰 조사 결과 파출소장은 지구대 직원들에게 "일이 커지면 (동생을) 체포한 경찰관이 (체포 과정에서) 때리지 않았어도 때린 것처럼 돼 옷 벗고 나갈 수 있다"는 등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감찰을 진행한 경북경찰청은 해당 파출소장에게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경북 지역의 한 파출소장이 본인의 사촌동생이 폭주족 활동 혐의로 인근 지구대에서 현행범 체포되자 즉시 찾아와 "석방하라"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파출소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지구대 직원에게 "일이 커지면 (동생을) 체포한 경찰관이 (체포 과정에서) 때리지 않았어도 때린 것처럼 돼 옷 벗고 나갈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찰 조사를 진행한 경북경찰청은 해당 파출소장에게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징계 이후 인사 조치 등이 없어 여전히 갑질 가해 경찰관과 피해 경찰관이 같은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경찰관은 이후 현장 출동 근무 시 위축감을 느끼는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청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지난 2월 A경감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경찰의 징계 처분에는 중징계인 해임·파면·강등·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 등으로 나뉘는데, 견책은 경징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위의 처벌에 해당한다. A경감은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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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A경감이 징계를 받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해 12월 10일 새벽 2시쯤 경북지역 내 ㄱ지구대는 폭주족이 관내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경찰차 8대가 현장에 출동했는데, 폭주족은 경찰차를 발로 차고 손가락 욕설 등을 하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B경사는 경찰서 상황실로부터 동원 지령을 받아 동료 경찰과 2인 1조로 순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출동 과정에서 "폭주족들이 주행을 하다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무전을 받은 B경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라이트를 끈 채 역주행을 하는 등 위험 운전을 하는 C씨를 발견했다. 이에 B경사는 C씨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차를 발견한 C씨는 속도를 높여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가 하면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등을 일삼았다. C씨의 위험 운전으로 지나가던 차량이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피해도 발생했다고 한다.

B경사는 사이렌을 울리고 "멈추라"고 경고하며 C씨를 쫓아갔고, 약 1~2km 추격한 끝에 현행범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C씨가 경찰관을 밀치는 등 체포에 저항하자 B경사와 동료는 C씨에게 앞수갑을 채웠고, 경찰차에 태운 뒤 지구대로 호송했다.

그런데 약 30분 후 인근 ㄴ파출소 소장 A경감이 지구대를 찾아왔다. A경감은 C씨의 사촌형이었다. 그는 "별것도 아닌 일로 체포한 것 아니냐" 등 발언하며 지구대 직원들에게 석방을 강요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지구대 직원 중 한 명은 "A경감이 '피혐의자를 석방해 줘도 되지 않냐'며 저희 팀장님을 압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이 되지 않자 A경감은 C씨가 지구대에서 기초 조사를 받는 내내 옆에 앉아서 직원들에게 압박감을 줬다고 한다. 지구대 직원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음을 알려주는 권리고지서를 갖고 C씨의 서명을 받기 위해 다가가자 A경감이 "죄명이 없다. 다시 뽑아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권리고지서에는 원래 죄명을 기재하는 부분이 없다.

그러더니 돌연 C씨가 "경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를 당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B경사가 본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먹과 발로 때렸다는 것이다. 또 체포 직후 B경사가 무전으로 "개XX 중에 개XX를 잡았습니다"라고 보고했다며 모욕감을 느꼈다고도 주장했다.


C씨가 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병원에 가고 싶다고 하자 지구대 직원 2명이 C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이때 A경감도 자차를 이용해 병원까지 따라갔다. 그런데 C씨가 치료받는 도중 A경감이 지구대 직원들에게 'B경사가 불법체포로 파면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찰 조사 등에 따르면 A경감은 "왜 체포를 해서 일을 크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B경사가 과하게 체포한 것 같은데 이게 체포할 일인가 싶다. 일이 커져버리면 B경사가 (C씨를) 때리지 않았어도 때린 것처럼 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팀장이 중간에서 중재를 잘해야지 왜 일을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한 셈이다.

이후 C씨는 경찰서로 인계됐고, 조사 결과 폭주족 혐의(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가 인정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재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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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청은 A경감이 지구대를 찾아와 석방을 강요한 행위와 B경사의 불법체포 의혹 등에 대해 동시에 감찰을 벌였다. 그 결과 C씨가 주장한 B경사의 불법체포나 욕설 등에 대해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A경감은 '사건에 관해 다른 경찰에 문의하지 않는다'는 지시명령 위반 등이 확인됐다.

경북청 관계자는 "징계가 내려진 것은 맞다"면서도 "징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가벼운 징계가 내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징계의 양정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유는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와는 별개로 징계 이후 A경감과 B경사가 분리조치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둘 모두 올해 정기 인사로 다른 지구대·파출소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같은 경찰서 소속이기 때문이다. 경찰서를 오가며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데다가, 같은 팀 내 상사-부하 직원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B경사는 감찰 조사를 통해 불법체포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지만, C씨가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국가인권위원회에 불법체포·욕설 등으로 진정을 넣으면서 6개월 가까이 해당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11일 B경사에게 사건 경위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상황이다. 형사고소는 무고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지만, 인권위 제소는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트라우마로 B경사는 지금도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할 때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명감을 갖고 경찰이 됐는데 이런 일을 당해서 너무 힘들다. 저는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한 죄밖에 없다"며 "범인을 체포할 때 혹여나 경찰관 가족이진 않을까 걱정부터 든다"고 호소했다.

한편 취재진이 A경감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A경감은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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