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피해자 울린 '불량 국선변호사' 퇴출…반발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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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련 규칙 최근 공포
7월부터 '국선변호사 평가제' 도입
'성실성·적정성' 실태 조사도 연례화
변호사들 "처우 개선이 먼저" 집단 반발
일선 부글부글…올해 들어 수십 명 이탈

연합뉴스연합뉴스
법무부가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를 무료로 돕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도입 10년 만에 칼을 들이댔다.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피해자 변호인은 사건 담당 검사로부터 근무 태도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 받는다. 피해자 연락을 일부러 피하거나 수사나 재판 과정에 출석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불량 변호사'를 적발해 국선 변호를 맡지 못하도록 퇴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런 제도 개선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공익을 위해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피해자를 변호하는 이들에게 정부가 지나치게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에서 국선변호사 대응이 문제가 되자, 법무부가 설익은 대안을 내놨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檢 반기마다 '피해자 국선' 변호인 평가…저조하면 퇴출

법무부는 최근 개정한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 평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앞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반기마다 사건 담당 검사로부터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국선변호사 지정권이 있는 검사장(및 지청장)은 검사가 작성한 평가서를 참고해 매년 국선변호사 명부 작성에 활용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의 △성실성 △적정성 △보수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정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 반기 담당 검사 평가와 연례 법무부 실태조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각 지검·지청에 통보될 뿐 아니라 국선 변호인 명단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제도 개선은 2차 피해를 준 일부 변호인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진행한 관련 조사에 따르면, 국선변호사 제도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성범죄 피해자의 40% 이상이 변호인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

법무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3년 이후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가,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지적이 나온 뒤에야 한 차례 진행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규칙 개정안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전문성 키울 여건부터 만들어야…탁상행정" 일선 반발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제는 일선에서 이런 법무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두고 '보수는 적고 시선은 야박하다'는 자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으면서 누가 애정을 갖고 오래 국선 변호를 할 수 있겠나"라며 "피해자 변호는 피고인 변호와 너무 다르다.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8년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더니 이제는 평가해 퇴출한다고 한다. 사명감으로 일하는 분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이런 제도를 만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한 피해자 변호사는 "이제껏 보수 신청도 개별 검사에게 했는데 이제 (검사의) 평가까지 받아야 한다니 당황스럽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지정하는 피고인 국선 변호사의 경우에도 사건 별로 평가하지 않는다. 법무부가 무슨 근거로 피해자 변호사를 평가할지 모르겠다. 변호사의 변론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 2018년과 2021년 보수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피해자 국선변호를 그만두는 변호사는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담이나 의견서 제출 등 업무별로 돈을 받던 것을 △대면상담 △의견서 제출 △조사 참여 △공판 출석 등 사건 절차를 모두 수행해야 지급하도록 바꿨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전담 35명(22년 6월), 비전담 변호사 493명(22년 4월) 등 총 530여명이다.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전담 변호사와 달리 1건당 약 30만원을 받는 비전담 변호사가 올해 들어 약 70명이나 떠났다.

일부 사건 절차를 놓쳤더라도 사유를 소명하면 돈을 지급하도록 부랴부랴 법무부가 규정을 다시 손봤지만, 이번 평가 제도 도입 소식에 반발은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국선변호사 이탈이 계속될 경우 피해자가 감당할 피해만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경지검 여성아동범죄 전담 부장검사는 "변호사가 불성실하다는 진정서가 접수된 사건도 있지만, 반대로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놓쳤던 부분을 잡아주는 경우도 있다"라며 "제도를 시행해봐야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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