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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검수완박' 앞에 깨진 원칙…아쉬울 때만 손 내미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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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인천지검, 60여건의 수사 성과 공개…지난 2년간 공개자료보다 많아
초등생 피해자·소아성애 단어 포함된 성과자료…검찰의 2차 가해?
규정 어기고 TV 방송서 피의사실 공표한 검찰 간부
1차 조사서 검찰이 내사 종결한 '계곡 사망 사건'…되살린 건 유족
불리한 법 개정에 180도 바뀐 검찰…진정성 있나

검찰. 사진 연합뉴스검찰. 사진 연합뉴스
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하 검수완박)' 개정을 막으려는 검찰의 행보가 분주하다.
 
전국 각 지방검찰청에서 연일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경찰이 놓친 사건들을 검찰 수사로 살려냈다'고 호소하며 검찰의 수사권을 보장받으려고 하지만 그 방식을 놓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뒷말이 나온다. 성과 홍보에 급급해 규정과 원칙을 깨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인천지검, 60여건의 수사 성과 공개…지난 2년간 공개자료보다 많아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방검찰청은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매일 검찰의 수사 성과들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경찰이 불구속 송치하거나 불송치한 성범죄를 재수사해 추가 입건해 기소한 사례 29건을 공개했다. 19일에는 '계곡 사망사건'을 지휘한 차장검사가 방송에 직접 나와 수사 성과를 홍보했다.
 
20일에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새로 입건하거나 구속한 서민 피해 범죄(성범죄 제외) 26건을 공개했고, 21일에는 경찰이 범죄수익 조치를 하지 않은 경제사건 198건을 추적해 29명을 기소하고 158억원 상당의 재산을 몰수·추징보전했다고 알렸다.
 
나흘 간 인천지검이 쏟아낸 보도자료는 올해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낸 보도자료보다 더 많다. 자료에 공개된 사례 수도 6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인천지검이 언론에 공개한 사건 수보다 훨씬 많다.
 

초등생 피해자·소아성애 단어 포함된 성과자료…검찰의 2차 가해?


그동안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폐쇄적인 운영을 해왔던 검찰이 갑자기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치면서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성과 홍보에 기준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인천지검이 홍보한 성범죄 성과 사례는 그동안 언론-검찰-법원이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성범죄 사건은 자칫 그 사례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이 아닌 이상 공개를 자제한다'는 원칙을 깼다는 평가다. 인천지검이 공개한 사례에는 초등생 피해자나 소아성애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도 포함됐다.
 
검찰은 성범죄 사례를 공개한 건 증거보다 피의자-피해자 간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려운 성범죄를 검찰의 수사 능력으로 해결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 어기고 TV 방송서 피의사실 공표한 검찰 간부


지난 19일 '계곡 사망 사건'을 지휘한 인천지검 조재빈 1차장의 방송 출연도 논란이다. 그는 이 수사에 부장 검사 1명과 검사 2명, 수사관 4명 등 모두 7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6개월간 30여차례 압수수색했으며, 디지털기기 30여대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했다고 밝혔다. 또 부산과 김해, 서산 등 이들이 다녀왔던 지역들도 다녀왔다고 덧붙였다. 모두 그동안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해당 방송은 법무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규정의 핵심은 수사나 공소유지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 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피의사실과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조 차장이 이같은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
 

'계곡 사망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가 지난 19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계곡 사망 사건' 피의자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가 지난 19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1차 조사서 검찰이 내사 종결한 '계곡 사망 사건'…되살린 건 유족


조 차장의 방송에서 한 발언을 정리하면 마치 '계곡 사망 사건'이 경찰의 잘못된 수사로 피의자도 찾지 못해 그대로 잊혀질 뻔했지만 검찰의 수사력으로 정의를 바로 세운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9년 6월 30일 사건 직후 경찰은 4개월간 조사한 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같은 10월 내사 종결했다. 내사를 종결한 검사는 최근 SNS을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내사종결이 불합리하다고 여긴 유족이 직접 사건 정보를 모아 경찰에 건넸고, TV 시사프로그램이 이 사건을 다루면서 비로소 수사가 제기됐다. 잊힐 수 있었던 이 사건을 되살린 건 피해자 가족이었다.
 

불리한 법 개정에 180도 바뀐 검찰…진정성 있나


일각에서는 '계곡 사망 사건'이 폐쇄적인 검찰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이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 어느 기관도 공개 브리핑을 하거나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려는 취재진에게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늘 침묵하던 검찰이 최근 태도를 180도 바꾼 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검찰이 최근 수사 성과를 '백서' 작성하듯 발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검찰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이 갑자기 소통을 강화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 개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검찰의 갑작스러운 전방위적 소통 행보는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것을 두고 '진정성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닥친다고 쉽게 행동을 바꾸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성범죄 수사 사례를 알리기 위해 지켜오던 원칙을 깨고, '검수완박'을 막기 위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도 스스로 어겼다. 검찰도 급하면 원칙과 규정을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소통에 나섰는가 아니면 필요에 따라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통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전적으로 검찰의 모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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