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후보. 연합뉴스윤석열 정부가 '원전 최강국'을 목표로 탈원전 정책 백지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에 대한 세제 개편 여부도 주목 받고 있다.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에 대한 조세를 신설하거나, 현재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등 국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반면 사용후핵연료 과세는 원전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비판과 함께 이같은 방안들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해 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용후핵연료 쌓여가는 원전, 세금 추가부담하게 될까
22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서만 원자력발전에 대해 조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국회 법안이 13건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된 제20대 국회에서도 18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현재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발전사업자가 부담하는 세금 중 지방세인 지역자원시설세만 부과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각 원전본부는 매월 발전량 1킬로와트시(kWh)당 1원의 지방세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한다.
원전별 설비용량과 가동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기당 연간 1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는 식이다. 대표적인 원전 밀집 지역인 울진의 경우 매년 400억원 이상의 세수를 얻고 있다.
그러나 현행 조세 방식으로는 점점 축적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까지 다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원전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들이 나오고 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해당 법안들 대부분이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세를 부담하도록 해 원전 소재 지역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을 원전 내에 저장하는 시설의 경우 이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또 현재 발전량에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원자력 열출력(kW)에 대해 부과하는 '핵연료세'를 신설해 노후원전 폐쇄 이후에도 해당 지역에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1kWh당 1원인 지역자원시설세를 적게는 1.2원에서 2.2원까지 높이거나 지역자원시설세의 납세지를 원전의 영향권 아래 있는 여러 지자체로 넓히는 방안도 있다.
연합뉴스다만 이같은 법안들은 아직 큰 동력을 얻지 못한 상태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 발의 법안들도 소관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향후 세수감소 위기에 놓인 지자체를 중심으로 세제개편 요구가 많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이 주력전원이 될 윤석열 정부에서도 발전량 증가와 사용후핵연료 누적에 따른 세수확보 필요성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LNG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원전은 '아직'
특히 현재 주력전원인 석탄과 LNG발전에는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데 비해 원전에는 지방세만 부과되는 것을 두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온실가스 배출 등 외부효과에 대응하고 전력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환경세 성격이 강한데, 원자력만 이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발전용 유연탄과 LNG에는 각각 1Kg당 46원, 12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에는 개별소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20대 국회 당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라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폐기됐다.
반면 유연탄과 LNG는 원자력보다는 적지만 지역자원시설세를 1kWh당 0.3원 부담하며 LNG에는 소폭의 관세도 추가로 적용된다. 원자력발전의 조세부담률이 이들 발전원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 발전으로 불리지만, 사고 발생 시 원전 소재 지역을 넘어 국가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등 사회적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도 주력 전원이 화력에서 원자력으로 바뀌게 되는 상황에서 세수 확보를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깊어지는 새 정부 고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0일 원전의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 최대 10년 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력 관련 조세정책 역시 검토 중이지만, 전기요금 인상과도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어서 신중히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새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해야 하는 짐을 떠안은 상황에서 전력수요 조절과 탄소중립 자원 확보에 결정적인 조세 부분의 수술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실행가능하고 질서 있는 탄소감축 방안의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내용을 보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추가 조세 등) 세부적인 사항은 여러 부처 간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정부 출범 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조사에서는 다른 연료와의 형평성을 근거로, 국가경제 활성화나 기후위기 대응 재원으로 쓴다는 목적일 때 원자력에 대한 신규 조세 지불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세저항을 완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