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이 피해자의 '용서'로 무마되는 현실이 여전하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도 제도적 한계를 안은 채 미완(未完)에 그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살고 있는 A(30대·여)씨.
남자친구였던 B(30대)씨와 헤어진 지난해 9월 악몽이 시작됐다.
무려 한 달여 동안 집에 불쑥 찾아오는 것은 허다하고, '죽이겠다. 더 이상 말로 하지 않겠다'는 협박과 욕설 문자를 보내는 것도 수십차례나 됐다.
공포스러운 일상이 되풀이 되자 A씨는 B씨를 고소했고, B씨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B씨는 처벌을 면했다.
공소가 제기된 뒤 A씨가 B씨와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있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용서에 따라 B씨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관련 신고는 급증하고 있다.
법이 본격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6개월 동안 충북경찰청에 접수된 스토킹 관련 신고는 모두 294건이다. 매달 50건 가까이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엄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21일 청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스토킹범죄와 관련된 정식재판 판결은 모두 4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인 2건이 공소 기각 판결로 마무리됐다.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진 사건 2건 모두 피해자가 뒤늦게 합의서를 제출해 처벌이 불가능해진 사례다.
합의를 위해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거나 반대로 합의금을 노리고 스토킹 누명을 씌우는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