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내일(14일)부터 4차접종에 들어간다. 백신 3차 접종을 받은 지 4개월(120일)이 지난 고령층은 화이자·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4차접종을 받을 수 있으며, 희망 시엔 노바백스로도 접종이 가능하다.
3차접종 4개월 지나며 백신효과 감소…60세 이상 확진비중 20%
1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와 지난 11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60세 이상의 3차접종 후 4개월 이상이 지남에 따라 백신 효과가 감소하고 있고, △고령층의 중증·사망 예방 △오미크론의 유행 지속 △신규 바이러스 유행 등 불확실성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누적 확진자는 이달 9일 기준 261만여 명으로 지금까지 해당 연령층의 20.2%가 확진됐다. 전체 인구 대비 발생률(29.4%·1516만 9189명)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달 셋째 주 주간 일평균 40만 4604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신규 확진자가 이달 첫 주 21만 8500명까지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은 확진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중순
전체 신규환자의 17.8%였던 비율은 지난 주 기준 20.1%까지 상승했다.
최근 발생한 위중증 및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달 3~9일 집계된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의 85.7%, 사망자의 94.4%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80세 이상은 다른 연령층이 8주 동안 중증화율·치명률의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여전히 매우 높은 중증화율(2.05%)과 치명률(1.71%)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사망률 또한 10만 명당 529명(치명률 2.65%)으로 70대(120.6명·0.65%)와 60대(31.7명·0.15%)보다 각각 4배·17배나 높았다.
앞서 미국이 2차·3차 접종 후 추이를 분석한 백신효과 연구에서는 오미크론 우세기간 중 3차접종2~3개월까지는 입원예방효과 등이 80% 이상으로 유지되다가 4개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도 4차접종後 항체가 증가 확인…"하반기 재유행 가능성 대비"
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60세 이상의 중증 예방효과가 지난달 5주차 기준으로 90%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3차접종을 먼저 시행했던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데이터를 보면 4개월이 넘어가면서 이러한 중증 예방효과도 감소한다는 정보 등을 토대로 4차접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의 3차접종과 4차접종 후 사망률 비교 연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그러면서 이미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어 시행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경우에도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간 시점에서 4차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행의 불확실성과 4개월 경과 후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근거들이 쌓이면서 의사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뒷북 결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부연했다.
반대로 동절기 재유행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접종시기가 이르지 않은지 묻는 질의엔 "이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고민이 있었다. 가을철·동절기 직전에 접종을 하면 좀 더 예방효과를 길게 유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면서도 "60대 이상의 미감염자가 80% 정도에 해당되는 상황과 여름철 새로운 변이 (출현), 면역 감소에 따른 재유행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질병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요양병원 입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4차접종 효과 연구에 따르면,
3차접종 후 4개월에 비해 4차접종을 받고 2주가 지났을 때 항체가가 2배에서 2.5배 증가했다. 4차접종 2주 이후보다는 4주 후의 항체가가 6.4~7.4배 더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단은 세계에서 4차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스라엘의 최근 데이터를 인용해 4차접종 4주 후엔 3차접종자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감염은 2.0배, 중증은 3.5배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4차를 맞은 이후에도 8주가 지나면 감염 예방효과는 소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확진 이후 통상 2~3주의 시차가 있는 중증 예방은 접종 6주까지 효과가 확인됐다. 당국은 그 이후로도 모니터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4차접종 완료자들의 이상반응은 근육통, 두통, 발열 등 국소적인 이상반응에 그쳤으며 평균적으로 1.7일 이내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접종은 내일부터, 사전예약은 18일 개시…노바백스도 가능
정부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을 기반으로
'3차접종을 완료한 지 4개월(120일)이 지난 60세 이상'을 4차접종 대상으로 선정하되 치명률이 가장 높은 80세 이상에 대해서는 접종을 더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출생연도 기준으로 '1962년 이전 출생자'가 해당되며, 접종간격을 고려했을 때 이달 말 기준 대상자는 약 1066만 명(5월 113만 명, 6월 이후 4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잔여백신을 활용한 당일 접종은 당장 내일(14일)부터 시작된다. 접종대상자는 카카오톡·네이버에서 접종을 예약하거나 위탁의료기관으로 접종을 실시하는 병원에 연락해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두면 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은 오는 18일부터로 접종일은 25일 이후로 선택할 수 있다.
백신 종류는 화이자·모더나 등 mRNA가 기본이지만, 해당 백신의 금기·연기 사유가 있거나 노바백스 접종을 희망할 경우엔 노바백스로 4차접종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당초 추진단은 3차접종까지만 노바백스 접종을 허용했지만, 이날부터 실시기준을 이같이 변경했다.
아울러 당국은 향후 4차접종을 60대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는 좀 더 위중증·사망 예방효과 등 백신 효과와 유행양상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접종 필요성에 대해선 주기적으로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 청장은 확진 이력이 있는 2차접종자의 3차 접종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기본접종인) 2차 접종까지는 반드시 완료해주시길 요청드린다"며
"3차나 4차 접종은 본인 희망 시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에선 백신 면역이 자연감염으로 생기는 면역보다 훨씬 일관된 면역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추가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