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수명 끝나는 원전 10기, 계속운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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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원전업계 "'설계수명', 노후화랑 관계 없어"
세계 원전 평균 30년 가동…최장 53년
계속운전 여부, 핵폐기물 저장에 달려

고리2호기 원전. 연합뉴스고리2호기 원전. 연합뉴스
내년이면 설계수명 40년을 채우는 고리2호기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노후원전의 수명을 늘리지 않고, 신규 원전은 짓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는 신호탄입니다.
   
고리2호기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노후원전 최소 10기에 대해 이러한 계속운전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40년 전에 지어진 원전이 1~2개가 아니라 10개가 계속 운전을 해도 안전성에는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원전 설계수명 40년, 무슨 의미일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핵연료와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가압중수로, 가압경수로, 비등경수로 등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성 1~4호기만 가압중수로형이고 나머지 고리·한빛·한울·새울원전은 가압경수로형입니다.
   
통상 중수로원전의 설계수명은 30년, 경수로원전은 40년입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신고리 3호기와 4호기의 설계수명은 60년입니다.

계속 운전을 하려는 원전은 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바쁘게 계속 운전 절차를 밟아나가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국내 에너지·원전 관련법 등에서 설계수명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업계에서는 설계수명에 대해 '발전소의 안전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라고 합니다.
   
특히 원전업계 관계자는 "노후화에 따른 수명 한계가 아니라 최초 운영 허가시에 법적으로 운영을 허가받은 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합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국가별 상황이나 원전 준공 시기 등에 따라 다소 다르게 설정됩니다.
   
이에 원전업계에선 설계수명은 주기적인 안전성 심사를 위한 기준 정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수명이 다하지 않은 원전이라도 안전상 결함이 발생하면 당연히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수명을 넘긴 원전이라도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정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세계 원전 평균나이 '30대', 최장수 원전은 53년째 운전 중


세계 441기 원전의 연령별 분포. 해당 연령의 원전이 많을 수록 원의 넓이가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 캡처세계 441기 원전의 연령별 분포. 해당 연령의 원전이 많을 수록 원의 넓이가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 캡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93기 중 수명이 다했거나 수명만료를 앞둔 85기에 대해 계속운전 승인이 나왔습니다. 현재 40년 수명을 넘겨 계속운전 중인 원전만 50기에 달합니다.
   
프랑스는 총 56기 원전 중 32기에 대해 계속운전 승인이 나왔고 19기가 40년을 넘겨 운전 중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일본은 33기 중 4기만이 계속운전 승인이 났습니다. 반면 체르노빌 사고가 있었던 러시아는 38기 중 25기에 대해 계속운전 승인이 났고 이 중 13기가 40년이 넘게 운전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41기중 230기가 설계수명을 지나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30년이 넘은 원전은 292기, 40년이 넘은 원전도 119기입니다. 전체 원전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중반쯤 됩니다.
   

계속운전하려면…'핵폐기물 저장' 관건


이쯤 되면 '노후원전'이라며 퇴물 취급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기적인 안전성 점검과 정비·부품교체 등을 통해 여전히 정정하게 운전 중인 장수 원전이 많으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위스 베츠나우 원전은 53년째 가동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한 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설계수명 40년 이후 10~20년씩 계속운전을 통해 나올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묻을 곳이 없다는 것이죠. 지금은 해당 원전 안에 임시저장 중인데, 노후원전 대부분이 곧 저장용량이 가득 찹니다.
   
원전 본부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용량 고려 시 예상 포화 시점.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기본관리계획' 캡처 원전 본부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용량 고려 시 예상 포화 시점.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기본관리계획' 캡처 
지난해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분석에 따르면 고리·한빛·한울원전은 2031년부터 차례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릅니다. 내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고리 3호기(2025년), 고리 4호기와 한빛 1호기(2026년) 등이 줄줄이 수명 연장에 도전할 예정인데, 정작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못해 운전을 못할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원전 운전도·해체도 못할 위기…시험대 오른 尹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은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됐고 국민은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사실과 다릅니다. 한전의 적자나 전기요금 폭탄은 국제적인 원유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크고 온실가스 배출은 코로나 시기 왜곡된 측면이 있어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오히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국내 첫 원전이 가동된 1978년부터 누적돼 온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또다시 뒤로 밀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수명이 다한 원전을 어떻게 말끔히 없앨 것인지,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안전히 처분할 것인지, 일부 지역 주민만 감당하는 원전의 위험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입니다.
 
한국은 아직 원전을 해체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영구정지 됐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안은 채로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죠.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원전이 가동되는 것과 큰 차이를 못느낄만 합니다. 진정한 '탈원전'에 대해선 고민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전 최강국'을 공언하고 전체 발전량의 23% 수준인 원전 발전량을 35%까지 올리겠다고 합니다. 수명이 다하는 원전을 모두 계속운전하고, 건설이 중단된 원전 4기를 가능한 빨리 완공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목표치입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풀지 못한 진짜 원전의 문제. 윤석열 정부는 외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 지난 5년과 같다면, '원전 최강국'은커녕 불가피하게 '탈원전'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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