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8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발언한 '최저임금 차등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재계가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며 "특히 지역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위 심의 대상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법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이 올해는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맞섰다.
경영계는 사용자 측의 '지불 능력' 부담을 들어 음식업·숙박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인 미만율이 40%에 달한다며, 최저임금을 더 낮게 측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 맞지 않고, 저임금 업종에서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급여 하향 평준화되는 것 아니냐", "당장 월급 적게 들어오면 어떡하냐" 등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에 따른 사실상의 '최저임금제도 무력화'와 '임금 손실'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국민의힘이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에 '최저임금' 관련 내용은 없었다. 이는 윤 당선인이 '최저임금제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팩트체크'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다만 인수위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제'에 관해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는 한편, 그간의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며 '점진적 인상'에도 무게를 실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최저임금이 지난 5년간 급격히 인상돼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경제에 부작용이 컸다"고 밝혔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 기업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여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된다"며 사용자·근로자 모두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1일 기업인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주휴수당을 시행하고 있어서 사실상 최저임금이 정해진 것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9년 5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주휴수당 포함 시 최저임금, OECD 국가 중 1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휴수당을 법적 의무화하는 대신 노사의 단체협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급한다. 고용노동부는 한경연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의 주휴수당만 포함해 (다른 나라와)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기준의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한경연은
2019년 5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면 4년간 일자리 46만 4천 개를 보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제 대상자가 다수인 업종의 실질 최저임금 3% 증가, 최저임금제 영향을 받는 정도가 낮은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등에서 2021년까지 1만 원 인상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것이었다.
'높은 최저임금' 비판하며 '차등적용' 카드 꺼내…과거부터 논란 지속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윤 당선인은 줄곧 '높은 최저임금'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차등제'에 물꼬를 터왔다. 지난해 12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나는 150만 원으로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는데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아도 일할 용의가 있다면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같은 달 25일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주휴수당, 식대비 등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이 1만 원을 상회한다"며 "최저임금 정책으로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2018년에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 반대하며 '최저임금 차등제'를 주장했다. 기대임금이 다른 상황에서 임금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갈등만 양산한다는 논리에서였다.
이에 노동계는 '사회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 근본 취지와 목적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를 주장하는 재계를 향해
"최저임금 인상을 구조적으로 억제하고 재계의 입맛대로 조정하겠다는 의도"라며 "더 이상의 최저임금 무력화 공세를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호운 활동가는 1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중소 자영업자들, 즉 을(乙)들끼리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논리적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산업 구조의 문제를 임금 정책의 문제로 여기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최저선을 지키면서 더 주고 덜 주는 식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는데, 지금 논의는 최저임금보다 덜 주는 걸 허용하자는 형태"라며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더 낮추려는 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