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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최저임금 1만원 실험, 실패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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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동존중사회'를 선언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우리 사회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고용 안정과 소득 강화는 물론,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강화와 '워라밸'까지 전방위에 걸쳐 모색됐던 정책적 노력은 어떠한 성과와 한계를 남겼는가. 그리고 차기 정부에 남겨진 과제와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해법은 무엇인가 짚어본다.

[마침표 찍지 못한 노동존중사회②]

4일 오후 윤석열 당선인이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 들어오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4일 오후 윤석열 당선인이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 들어오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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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노동 정책의 미래를 보여줄 시금석이 될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올해 첫 전원회의를 진행한다. '최저임금 1만원'에 이어 노사 및 정부는 어떤 소득 정책을 제시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尹정권 노동정책 시금석 될 최저임금…내년에는 얼마?


연합뉴스연합뉴스2023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임위 1차 전원회의가 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법정시한은 오는 6월 말,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7월 중순쯤 결정되고는 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오는 5월 10일부터 시작하는데, 지방선거와 장관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수위와 결정 과정이 차기 정부 노동정책의 첫인상을 결정할 전망이다.

물론 최저임금은 최임위에 참여한 노·사·공익위원이 결정한다. 그러나 노사의 이해관계를 좁히기 쉽지 않아 캐스팅보드를 쥔 공익위원의 결정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녹아드는 경우가 잦다.

특히 최저임금은 다른 노동 이슈와 달리 법을 개정하거나 기존 정책을 뜯어고칠 필요 없이 최임위의 결정만으로 손쉽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文대통령 스스로 실패 선언했던 최저임금 1만원…정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


연합뉴스연합뉴스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기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 모두 동의했던 공약이다. 관건은 목표 달성 시점을 2020년에 두느냐, 2022년으로 잡느냐는 속도의 차이였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 2년 동안 최저임금은 공약대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약 29% 인상됐다. 하지만 여론의 압박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고용지표까지 악화되자 결국 문 대통령은 '공약 폐기'를 선언했다.

이후 최저임금은 2020년 2.9%, 지난해 1.5%로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폭을 기록하다 올해는 5.1% 오르는 '롤러코스터' 인상률을 보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7.4%)보다 낮은 7.2%에 그쳤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개정돼 체감 최저임금 인상률은 훨씬 더 낮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최저임금 정책이 발목을 잡힌 대표적 문제가 기업의 지불 능력 논란이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보완할 정책이 부족했고, 이들이 아예 고용을 포기해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지적이다.

다만 위와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황덕순 원장은 소득주도성장위원회 보고서에서 "소규모 사업체와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지불 능력을 높이는 것은 오랫동안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경제구조 개선 과제"라며 "지불 능력을 높이고 나서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더구나 돌이켜보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쏟아진 비난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되지만, 고용 감소 등 부정적 효과는 아직도 찬반이 엇갈린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2016년 23.5%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0년에는 16.0%까지 떨어졌다. 임금 상위 20%인 노동자와 하위 20% 노동자를 비교한 임금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5.24배에서 4.35배로 역시 해마다 개선됐다.

반면 2016년 15세 이상 고용률은 60.6%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7년 60.8%, 2018년 60.7%, 2019년 60.9%, 2020년 60.1%, 2021년 60.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60.9%는 역대 최고치이고,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로 소폭 하락했지만 다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비교적 고용이 안정된 상용자 노동자 비중도 2016년 66.4%에서 해마다 늘어 2020년 71.4%에 달했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2016년 12.2%에 달했지만, 2017년 11.7%, 2018년 11%, 2019년 10.8%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020년 11.3%로 오름세를 보였다.

애초 고용, 실직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데다, 특히 임금의 변동에 고용시장이 얼마나 탄력적으로 반응하느냐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소형 사업장은 이미 더 이상 인원을 감축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소한의 인원만 고용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고용 상황이 널뛰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변화를 확인하는 작업은 중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소득 분배와 저임금 노동 비중의 하락, 중하계층 소득 개선 등에서 최저임금 효과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반면 노동시장에서 하나의 원인으로 고용과 실업의 변동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직후 때마침 사드 배치 논란으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성급하게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인 것이 부메랑이 돼 논란을 자초했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고용 악화를 최저임금만의 탓으로 보는 것은 따져볼 필요가 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소모적인 차등적용 논란은 이제 그만…불평등 특효약 최저임금 효과 인정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160원으로, 더 이상 시급 1만원이 새삼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을 넘어선 새로운 소득 정책 아젠다는 무엇일까?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 최저임금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대선 도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던 10대 공약목록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윤 당선인의 '입'에서 차기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방향을 자세히 짐작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낮출 뿐 아니라, 업종·사업장 별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지불 능력이 안 되는 기업에 최저임금을 억지로 주게 하면 결국 그 기업이 문 닫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2021년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

"지불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이랑 똑같이 맞춰서 월급 올리라고 하면, 저 4%(강성노조)는 좋아하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된다"(지난 3월 7일 경기 안양 유세)


더 나아가 경영계는 해마다 반복해서 주장했던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윤 당선인과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회동을 가진 후 경총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한 정책 제안서에는 최저임금에 대해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거론했다.

다만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이미 최임위가 2017년 12월 최저임금 제도개선TF의 연구를 통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발표할 정도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당시 최임위 TF는 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해 ①우리나라는 1일 생활권이고, ②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되며 ③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과 ④국민통합 및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종별 차등적용 역시 ①최저임금의 취지상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②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첫해를 제외하면 단일 최저임금을 유지했고 ③업종 간 차등 적용이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 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④최저임금 수준을 구분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인 기준·통계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차기 정부의 최저임금 과제에 대해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황선웅 교수는 "최저임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관심을 많이 받는 정책"이라며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개선할 때 가장 효과가 큰 정책 중 하나인만큼, 다음 정부는 사회의 갈등과 리스크를 관리하며 적정 수준 인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교수도 "현재 시점에서 보면 노동시장의 격차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때 최저임금만한 정책이 없었다"며 "소모적인 차등적용 논란 등을 키우기보다 최저임금 정책을 차분히 평가하고, 적어도 박근혜 정부 시절 수준의 인상폭이라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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