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해 보낸 항공권, '우크라 고려인들' 실어왔다[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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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탈출한 고려인 동포 일부가 국내로 무사히 입국했습니다. 이에 "우리 동포, 우리 선조들의 가족을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며 이들을 반기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무사 입국할 수 있던 배경에는 국내 고려인 단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는 고려인 동포들을 위해 이를 지원하기도 했고, 국내에서 모금 운동을 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난 온 고려인 이스타니슬라브씨가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아버지 이블라디미르, 어머니 손 알로나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난 온 고려인 이스타니슬라브씨가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아버지 이블라디미르, 어머니 손 알로나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국적은 달라도 진정한 조국으로 돌아온 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난 길에 올랐던 현지 고려인 동포들이 국내로 무사 입국했다는 소식에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슬픈 역사를 가진 동포들이 한국에서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반응부터, "더 많은 고려인 동포를 도우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 터미널에 고려인 동포 1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거주 중이었는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현지에서 탈출해 주변국에서 난민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의 중앙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연합뉴스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의 중앙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연합뉴스
이들이 안전하게 국내로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고려인 단체 '고려인마을'의 역할이 컸다. 해당 단체는 현지 고려인을 위해 항공권을 지원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모금 운동을 열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인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3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쟁 지역에 있는 고려인들이 불쌍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고려인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 마을에도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이 260명~300명 정도 있는데, 자신의 친지들이 비행기 값이 없어 한국으로 못 돌아오는 상황에 불안해했다. 그래서 항공권을 사서 보내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2일에는 고려인마을로부터 항공료 100만 원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남아니따 양이 국내로 입국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남아니따 양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 품으로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후 헝가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 동포 남아니따 양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할머니 남루이자씨 품으로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 단체는 더 많은 현지 고려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마을 주민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탈출 고려인 동포 국내 귀환 돕기 모금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28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모금액은 총 3824만 9천 원이다. 후원자들은 1만 원부터 1천만 원까지 다양한 액수로 고려인 동포의 국내 귀환을 도왔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고려인 후원', '우크라이나 힘내세요', '항공료 기부' 등의 문구와 함께 기부한 후원자들도 눈에 띈다.

신 대표는 "우리가 칭찬받으려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입국한 고려인 동포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려인마을 관계자도 "누군 도와주고 누군 안 도와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며 "아직 100명 정도가 현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려인들이 무사히 입국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동포들이 지난 30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고려인마을 통역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동포들이 지난 30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고려인마을 통역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인 동포들이 무사히 입국했다는 소식에 국내에서도 이들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누리꾼은 "백여 년을 강제 이주로 고통받더니, 또 전장에서 피해를 입었다. 고려인 한국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자"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고려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너무 잘했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에서 (고려인들을)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 밖에도 "100년 전엔 못 지켜줘서 떠나보냈지만, 이제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힘없어 못 지킨 선조들의 가족을 지키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란 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지난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아기와 함께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탈출한 한 동포가 인천공항에서 마중 나온 친구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란 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이 지난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아기와 함께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탈출한 한 동포가 인천공항에서 마중 나온 친구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신 대표는 "내달 1일에는 고려인 동포 12명이 추가 입국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계획대로라면 더 많은 인원들이 입국할 예정이었는데, 현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인원들이 있다"며 "이들은 항공권을 교체해 줄 계획이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동포들이 입국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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