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당선으로 부동산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폭등한 집값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이 정권 교체를 이끌었던 만큼,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직후 왜곡된 시장 정상화를 위한 관련 규제 완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중 상당수는 시행령 개정 등으로도 가능하지만 적지 않은 공약이 법 개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새 정부에서 거대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공약 실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공시가격개선·종부세 세부담 상한 인하, 시행령으로 실행 가능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 시장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고 보유세는 납세자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부과 수준과 변동 폭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굵직한 세금 공약들은 법 개정이 필요해 연내 실현이 불투명하지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한 세 부담 완화는 비교적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 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인데 60~10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5%를 적용했던 이 비율을 매년 5%포인트씩 높여 올해 100%까지 높이기로 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공시가격까지 급등하며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 △공시가격 산정근거와 평가절차를 투명하게 공개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중앙정부 공시가격 상호검증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 재수립 등을 공약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부담 증가률 상한 인하도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공약이다. 세금이 급증할 경우 납세자들이 느끼는 충격을 일정 부분 덜어주기 위해 현행 세법에도 세 부담 증가률 상한을 정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과 공시지가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납세자들이 느끼는 부담을 완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윤 당선인은 1주택자와 비조정지역 2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률 상한을 현행 150%에서 50%로 낮추고 조정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 법인 등의 상한은 300%에서 20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북지역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완화를 통한 도심 주택 공급 촉진도 시행령 개정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주민(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생기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부담금은 입주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확정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해 2018년 대상 재건축 단지에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됐는데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울 강남은 물론 지방까지 부담금으로 수억원을 내는 단지가 쏟아진 상태다. 재초환이 유지되는 한 특히 서울 등 도심 재건축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윤 당선인은 △부담금 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1주택자 장기 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허용 등을 약속했는데 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 추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선대본부 경제정책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2년 간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상황을 감안해 집권 후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으로도 가능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고심해 공약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취득세·종부세 개편, 법 개정 필요하지만 민주당도 같은 공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황진환 기자실수요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도 대선에서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냈던 만큼 해당 공약을 제도화하기 위한 법 개정 과정에서 마냥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서다.
윤 당선인은 취득세와 관련해 △1주택자에 1~3% 세율 단일화 또는 세율 적용 구간 단순화 △단순 누진세율을 초과누진세율로 전환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 적용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시 취득세 50% 감면 기준을 상향(수도권 4억원→6억원, 지방 3억원→5억원), 취득세 최고세율(3%) 부과기준 상향(9억원→12억원) 등을 공약하며 이를 통한 실거주자 보호를 공약한 바 있어 관련 제도 개선이 기대된다.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도 △1주택자 세율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 △종부세 세부담 증가율 상한 인하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납부 이연 등을 공약했다. 이는 민주당의 △일시적 2주택자에 종부세 부과 사례 구제 △상속지분이나 종중 명의 가택 등에 대한 종부세 부과 사례 구제 △1주택 장기보유 저소득층과 노인가구 납부 연기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이한형 기자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는 정책도 협치를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높여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었지만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며 매물은 줄고 거래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 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정책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하고 특정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 처분시 전액(100%) △9개월 이내에 처분시 50% △12개월 내에 처분시 25%를 면제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냈었다.
다만 이 후보가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도 청와대와 정부는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설득부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종부세 폐지·임대차법 재검토 두곤 여야 이견…국회 문턱 넘기 난항
윤창원 기자이외에 윤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공약 중 상당 부분은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공약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 대상이 중복되며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에 통합하고 보유주택 호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는 '종부세법'의 폐지와 세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종부세를 유지하되 '억울한 사례의 구제'에 초점을 맞추는 내용의 종부세 개선을 공약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민주당과 협치가 필수적이다. 윤 당선인은 "주택임대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한 임대차법 개정과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도한 중과세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임차 가구의 주거 안정이 악화됐다"며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새 임대차법을 유지하되 일부 부작용을 보완할 장치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선거가 끝났지만 정권 이양은 몇 달 뒤에 이뤄지고 지방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도 남아 있어서 상반기 중 드라마틱한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시행령 개정이나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꾀한 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과 관련한 대야(對野) 설득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