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35만 190명을 기록한 1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만명 이상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격리 자체가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노동자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검사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격리자에 대해 정부가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는 있지만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쳐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코로나에도 일터로'…생계가 걱정인 노동자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 김모(37)씨는 지난달 27일 극심한 두통에 '코로나19인가'하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른 새벽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두통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쉴 수는 없었다. 2년 전 사업 실패로 매달 100만원의 개인회생비용을 내야하는데다가 월세와 생활비까지 충당하려면 한 달이 모자를 지경이다.
김씨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틀을 더 일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두통이 심해지면서 보건소를 찾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김씨는 "처음 증상이 있었을 때 검사를 받아볼까 고민했지만, 만약 확진되면 일을 못 하게 된다"며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일용직은 하루라도 일을 쉬면 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 양성 판정을 받은 인테리어 업자 박모(42)씨는 확진 이전에 체결한 계약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신축 상가의 인테리어를 마무리해 줘야 하는데, 일주일 동안 일을 하지 못하게 되니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박씨는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위약금 100만원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격리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배달기사가 PCR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배달을 계속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다수 네티즌들은 "이해 불가다",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은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올라왔다.
예산 부족 심화…'선택과 집중' 필요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13일 방역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통지를 받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에게 코로나19 생활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격리자 1일 1가구 기준으로 인원수별 1인 3만4910원, 2인 5만9천원, 3인 7만6410원, 4인 9만3200원이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의 일당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시급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7만3천원 정도다.
더욱이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지원 예산이 바닥나면서 이마저도 중단될 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원비는 국비 50%, 지방비 50% 비율로, 정부에서 내려준 예산만큼 지원할 수 있는데 최근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예산이 추가로 내려지면 당장은 지급이 중단되지 않겠지만, 언제까지 지급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취약계층의 지원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률적 지원이 아닌 사안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성대학교 구재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의 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80% 가량이 선별지급인데, 코로나19는 국가적인 위기라는 인식에 모든 확진자에게 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가 확진자를 몇 명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체계로 지원비를 지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예산이 바닥나기 전에 지원이 꼭 필요한 이들을 구분해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자가 격리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은 더 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