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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④]"심석희​·최민정 사태? 당시 감독으로서 안타깝다는 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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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왼쪽부터), 심석희, 김선태 당시 총감독이 훈련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왼쪽부터), 심석희, 김선태 당시 총감독이 훈련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효자 종목인 한국 쇼트트랙은 크게 흔들렸다. 여자 대표팀의 쌍두 마차인 최민정(24·성남시청)과 심석희(25·서울시청)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진 것. 심석희가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당시 대표팀 A 코치와 최민정, 김아랑(27·고양시청)에 대해 욕설과 비방을 한 메시지가 한 폭로 전문 매체를 통해 공개된 것.

특히 심석희는 경기에서 최민정을 일부러 넘어뜨리려 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실제로 평창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은 부딪혀 넘어져 메달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최민정 측은 "심석희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진상 조사를 해달라"고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요청했다.

연맹 조사위원회는 심석희의 고의 충돌 여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욕설 및 비방에 대해서만 국가대표 선수 품위 유지 위반으로 심석희에 대해 2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심석희는 베이징올림픽에 나서지 못했고, 최민정은 여자 1500m 금메달과 1000m, 여자 계구 3000m 은메달을 따냈다.

그랬던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뒤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21일로 징계가 풀린 심석희가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 이미 최민정, 김아랑 등과 감정적 골이 깊어진 심석희였기에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최민정은 "훈련 이외에 특정 선수와 접촉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고 훈련에 합류하면서 일단락이 된 상황이다.

불편한 훈련을 하고 있는 최민정과 심석희를 누구보다 착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김선태 전 중국 대표팀 감독(46)이다. 김 감독은 평창올림픽 당시 한국 대표팀 총감독으로서 둘을 지도한 바 있다. 특히 문제의 메시지가 오갔던 시기에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터라 더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전 감독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이한형 기자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전 감독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는 모습. 이한형 기자
김 감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심석희 파문'과 관련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 "잘잘못은 두 번째더라도 다 같이 힘들게 운동하고 어렵게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던 선수인데 그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보니까 안타깝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심석희와 최민정은 한국은 물론 세계 정상을 놓고 경쟁했던 터라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었고, 그 상황은 빙상계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원래 둘은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 소속이었지만 최민정이 이후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김 감독은 "운동할 때는 서로 열심히 했다"면서 "훈련할 때는 경쟁을 하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둘 사이의 갈등과 관련해서는 "생활 이런 건 아무래도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어릴 때부터 둘을 가르쳐서 그 친구가 관여했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전체적으로 이렇게 하면 좋겠다 조언을 하는 정도였고 그것도 조 전 코치에게 이렇게 하자고 했던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두 선수에게는 친한 것도 친한 것이지만 지도자와 거리도 필요한 거잖아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 감독은 당시 남자 대표팀을 주로 맡았고, 선임 지도자로 총감독을 겸하고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당시 심석희(왼쪽)와 최민정의 경기 모습. 이한형 기자'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당시 심석희(왼쪽)와 최민정의 경기 모습. 이한형 기자
그러나 김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번 파문과는 다른 사태에 휘말려 징계를 받았다. 심석희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데 대한 관리 소홀로 올림픽 뒤 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심석희는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진천선수촌 방문 때 감기 몸살로 훈련장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조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떠났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당시는 어떻게 해서든 석희가 올림픽에 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선수촌 이탈이 아닌 감기를 이유로 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징계로 김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더 맡을 수 없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심석희 폭행 파문에도 대표팀을 흔들림 없이 이끌며 금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성과를 냈지만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결국 김 감독은 평창올림픽 1년 뒤 중국 육성팀 지도자 제의를 받았고 이후 지도력을 인정 받아 중국 대표팀까지 맡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사령탑 없이 베이징올림픽을 치렀다. 물론 현재 대표팀 지도자들도 헌신적인 노력으로 선수들과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등 종합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장비 등의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도 분명 있었다는 지적이다.

연맹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지도자들을 공모했지만 적합한 인물들을 찾지 못했다. 연맹 관계자는 "워낙 빙상계가 파벌로 얽혀 있는 상황에 여기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저런 징계 경력도 걸림돌이 됐다. 김 감독은 이런 현실에 대해 "모두 빙상인들의 잘못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저부터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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