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3차전 우승을 이룬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오른쪽부터), 문혜경, 백설, 한재원 코치. 순창=NH농협은행라이벌 일본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사제들은 4년을 기다렸다. 아픈 허벅지를 부여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뛴 이유다.
2022 소프트테니스(정구)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3일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 이날 여자부 복식 3차전 우승으로 태극 마크를 달게 된 백설, 문혜경(이상 25·NH농협은행)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일 복식 1차 선발전에서 잇따라 접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백설, 문혜경은 소속팀 후배 김홍주, 임진아는 물론 1차전 우승을 차지한 옥천군청의 이수진, 고은지와도 마지막 경기까지 간 끝에 4 대 5로 졌다.
이런 가운데 백설, 문혜경은 3차전에서 패자 부활전으로 밀려 간신히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역시 소속팀 후배인 승자로 결승에 오른 이민선, 이정운. 백설, 문혜경은 패자 부활전의 핸디캡으로 2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 했다.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 여기에 백설은 연이은 접전에 왼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던 터였다. 그러나 백설, 문혜경은 베테랑의 투혼을 발휘하며 후배들을 5 대 3과 5 대 2로 제압,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아쉽게 진 문혜경(왼쪽부터), 백설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시상식 모습. 연합뉴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이유가 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당한 패배를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백설은 "4년 전에 일본에 졌던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면서 "올해 꼭 설욕하고 은퇴를 하고 싶기에 허벅지가 아팠지만 참고 뛰었다"고 강조했다.
문혜경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백설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문헤경은 이듬해 중국 타이저우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해 역시 일본에 단체전 금메달을 내줬다. 문혜경은 "백설 언니가 부상의 아픔을 딛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들의 소속팀 사령탑 역시 복수를 벼르고 있다.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이다. 4년 전 유 감독도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터. 그러나 일본에 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때문에 유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감독 공모에 응해 치열한 경쟁 끝에 다시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유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일본에 진 적이 없는데 대표팀 감독을 맡고 패했다"면서 "반드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설욕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 감독은 2002년 부산 대회 3관왕 등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5개를 따낸 스타 플레이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 감독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문혜경은 "대표팀 사령탑이 우리 감독님이어서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결국 4년 전 아픔을 겪은 3인방이 다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유 감독을 비롯해 백설, 문혜경의 경험은 항저우 대회에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틀 앞서 대표를 확정한 고은지, 이수진은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기 때문이다. 이수진은 "실업에 와서 국제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프트테니스 종주국 일본에 설욕을 노리는 여자 대표팀 사제 3인방. 과연 4년 전의 아픔을 털고 항저우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