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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진 한장 없이 잿더미로" 삼척 산불 이재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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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1시쯤 경북 울진군 두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 강원도 삼척까지 번져
삼척 월천 2리 마을 주민 대피령, 산림 260ha 및 주택 전소 피해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쯤 경북 울진군 두천리 산 154번지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도 삼척시 월천 2리에 살고 있는 김기현씨의 집까지 태웠다. 진유정 기자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쯤 경북 울진군 두천리 산 154번지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도 삼척시 월천 2리에 살고 있는 김기현씨의 집까지 태웠다. 진유정 기자"그저 악몽에 시달린 것으로 끝났으면 했는데, 내 아버지가 살았고 나와 아내 가족이 살던 집터가 모두 잿더미로 변하고, 이제 이 늙은이는 어찌 다시 사나…"

강원도 삼척시 월천 2리에서 태어나 자란 김기현(80)씨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삼척시 월천2리는 4일 산불이 시작된 경북 울진 고포마을과 불과 5m정도 골목을 사이에 둔 도 경계마을이다.
 
경북 울진에서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넘어와 이틀째 산불은 진화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5시쯤 화마는 삼척 월척 2리 민가까지 집어 삼켰다.

"저녁 5시쯤이었나, 경북 앞산의 불덩어리가 바람에 날려 삼척까지 뚝뚝 떨어졌어. 이러다 사람들 모두 죽겠다 싶어 집사람과 집밖으로 나와 얼른 달아났지"

대피 방송이 나오자 주변 4, 5가구 주민들은 원덕 읍사무소로 대피해 다행히 인명 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김씨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야 한다.

"읍사무소로 대피를 했지만 불길과 가장 가까운 집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돼 새벽녘에 왔는데 집 뼈대만 남아 있을 뿐 모든 살림살이가 타고 없었어. 설마 내 집이 불에 타겠냐 싶어 겉옷만 걸치고 나왔는데 이제는 가족 사진 한 장도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어"

5일 오전 집 주인 김기현씨 산불로 타버린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진유정 기자5일 오전 집 주인 김기현씨 산불로 타버린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진유정 기자김씨의 집 터에는 불과 하루 전까지 사용했던 냄비와 안마의자 등이 불에 타 검게 변해 버렸고 작은방과 거실 일부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지만 김씨는 망연자실 그 자리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이웃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남았다. 월천 2리 이장 최동학(73)씨의 말이다.

"불이 넘어오는데, 불꽃이 엄청컸어요. 그렇게 큰 불꽃이 튀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눈앞에서 불꽃이 왔다갔다 하는데 무섭더라고요. 전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을 회관 뒷쪽과 산이 붙어 있는데 큰 불이 번지는걸 다행이 잡았고 주민들 집 일부도 피해가 있었어요. 한숨도 못잤는데 남은 불이나 빨리 꺼졌으면 좋겠어요"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쯤 경북 울진군 두천리 산 154번지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후 5시30분께 삼척 지역으로 확산, 현재까지 산림 등 260㏊와 주택 1채 등을 태웠다.

소방당국은 인력 1211명과 헬기 57대 등 장비 161대를 동원, 진화에 나서고 있다. 밤사이 대피했던 230여명 삼척주민 중 일부는 귀가했고 현재 마을주민 33명, 요양시설 인원 91명 등 총 124명이 마을회관, 호산리 경로당 등에 분산 대피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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