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문서에 암호까지 걸어두며 '일반인 몰카 촬영'을 요구했다. 오른쪽은 부방대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비밀문서' 중 일부. 윤창원 기자·해당 문서 캡처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당일인 4일부터 '일반인 몰카'를 지시받은 '부정선거방지대(이하 부방대·총괄 대표 황교안)'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방대 회원들은 투표소에 방문하는 일반 시민들을 모두 스마트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해당 지시 하단에는 '부방대 대표 황교안 올림'이라고 적혀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부방대는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문서에 암호까지 걸어두며 조직적으로 '일반인 몰카 촬영'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황 전 대표는 "내 사전엔 불법 몰카 없다"고 밝혔지만, 해당 문서에는 일반인들을 촬영하다 발각됐을 때의 '대처 매뉴얼'이 적혀 있다.
또 "절대 이 계획에 대해서 발설하지 말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일반인 몰카 촬영에 "어린 자녀와 함께 해도 무방하다"고도 적혀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촬영 특공대 1차 교육자료 및 일정 안내' 자료 열람을 위해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부방대 홈페이지. 해당 홈페이지 캡처지난 2일 부방대 홈페이지에는 '촬영 특공대 1차 교육자료 및 일정 안내'라는 파일이 올라왔다. 다른 게시글과는 달리, 이 글에서만 '비밀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비밀번호 없이 파일 다운로드를 시도할 땐 "권한이 없다"는 메시지가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밀번호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제20대 대선 본선거 날짜인 '0309'를 입력하니 암호가 해제됐다. 이 글에는 '온라인 교육 영상 링크', '촬영특공대 교육 자료', '촬영특공대 FAQ'라는 문서가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 교육은 필수! 매우 중요!"라는 문구와 함께 시청을 독려하기도 했다.
부방대는 황 전 대표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촬영특공대 교육'이라는 영상을 올려 회원들에게 투표 당일 일반인을 몰래 촬영하라고 지시·교육했다. '황교안TV' 유튜브 캡처온라인 교육 링크로 들어가 보니, '황교안TV' 유튜브 계정으로 이어진다. 이 채널은 황 전 대표 공식 유튜브 계정이다. 영상 속 진행자는 "중요한 것은 앱을 통해서 (일반인) 촬영 영상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부방대는 자체 '몰카 앱'까지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했는데, 해당 앱을 이용해 투표하러 온 일반 시민들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사람 수가 인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자는 "AI 인식 기능 구현이 불완전하다"고도 덧붙였다.
'촬영특공대 교육 자료', '촬영특공대 FAQ' 등 2개의 비밀문서 속에는 몰카 촬영을 위한 장소를 추천하는가 하면, 촬영을 하다 적발됐을 때의 '대처 매뉴얼'까지 일반인 촬영을 위한 상세한 지침이 보인다.
황 전 대표는 선관위에 이은 일반인 '몰카 지시' 의혹에 대해 "내 사전엔 불법 몰카 없다"고 밝혔지만, 부방대 측 비밀문서에서는 일반인들을 "차 안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며 몰래 촬영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해당 페이스북·문서 캡처황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저의 사전에는 불법 몰카 없다. 법과 정의를 추구한다"며 선관위에 이은 일반인 '몰카 지시' 의혹에 대해 해명했는데, 이 해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 담긴 문서인 셈이다.
이 비밀문서들에 따르면, "카메라가 사람들을 잘 찍을 수 있게 거치대의 각도를 조절", "어플의 화면에서 카메라가 사람들을 잘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 등 화면 속에 사람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차 안', '2층 정도의 높이' 등을 '추천 촬영 장소'라고 소개하고도 있다.
"투표소 직원이나 선관위 직원등에게 질문을 받는 상황이 생길지라도, 절대 이 계획에 대해서 발설하지 말 것"이라고도 힘주어 말하며, 이러한 상황 발생시 "뭐 하시는 분이냐, 뭐 땜에 그러시냐"라고 답하라고도 지시한다.
부방대가 공유한 '비밀문서'에는 투표 현장에서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 매뉴얼'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 놓았다. 해당 문서 캡처또 투표자들(시민들)이 '촬영하지 말라' 반발할 경우엔 "여러분께서 마스크를 쓰고 계시고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답하라는 말도 적어뒀다. 이 밖에도 '싸움이 났을 경우', '경찰이 출동했을 경우', '스마트 폰이 파손됐을 경우' 등에 따른 대처 매뉴얼도 상세히 적혀있다.
일반인 몰카 촬영시 어린 자녀와 함께 동행해도 무방하다는 지침도 적어뒀다. 그러면서도 "AI 앱으로 선거 감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말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당 문서 캡처
이같은 온라인 교육을 접한 부방대 회원들 사이에서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부방대 회원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원자만 받았지 아무런 지침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볼멘 소리를 내는가 하면, 또 다른 회원은 "너무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기에 간첩들이 들어와서 정보 다 알아가는 사람 있을 것 같다", "보안 때문에 공유한 것들 다 지우시라"는 등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