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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녹색불, 우회전해도 된다는 경찰…사고 나면 신호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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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적신호 시 우회전' 두고 운전자 의견 갈려
경찰 "사람 없으면 가도 된다" vs 대법 "신호위반"
"보행자 보호 강화한다더니…" 경찰 내부서도 쓴소리
전문가 "보행자 언제든 횡단보도 뛰어들 수도…금지시켜야"

28일 부산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차량 신호 적색, 보행자 신호 녹색일 때 한 차량(가운데)이 우회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8일 부산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차량 신호 적색, 보행자 신호 녹색일 때 한 차량(가운데)이 우회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올해부터 도로 위 우회전 규정이 보행자 보호를 중심으로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경찰이 유독 횡단보도가 녹색불일 때 우회전할 수 있다는 해석만큼은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28일 오전 부산 사상구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들어와 있지만, 깜빡이를 켠 승용차와 택시가 줄지어 횡단보도를 지나 우회전했다.
 
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절반쯤 건널 때까지 우회전 차량 행렬은 멈출 줄을 몰랐다.
 
보행자가 걸음을 멈추고 우회전하려는 차량을 향해 손바닥을 펴 보이자 차량 행렬은 간신히 끊겼다.
 
이렇듯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하기 직전 만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 신호가 켜졌다면 운전자는 과연 우회전해도 되는 걸까?
 
실제 부산 시내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 의견은 '멈춰야 한다'와 '가도 된다'로 갈리는 상황이었다.
 
운전자 김모(30대)씨는 "횡단보도가 녹색불일 때는 절대로 우회전하면 안 되고 차를 멈춰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올해부터 우회전 규정이 강화됐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우회전하면 처벌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운전자 이모(30대)씨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도 되는 것 아니냐"라면서, "사람도 없는 데 계속 안 가고 서 있으면 오히려 뒤에 있는 차에 민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가도 된다" 대법 "신호위반" 엇갈린 판단

 
이 경우 경찰청과 각 지역 경찰청은 일시 정지 후 우회전할 수 있다는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홍보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교차로에서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반드시 정지한 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으면 보행 신호가 녹색이더라도 우회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기존 조항에 "정지선, 횡단보도 및 교차로 직전에서 정지한 후 우회전"이라는 단서가 추가된 데 따른 해석이다. 즉, 규정이 바뀌기 전이든 후든 보행 신호가 녹색이더라도 우회전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찰청이 배포한 적신호 시 우회전 보도자료. 횡단보도에 보행신호 녹색 불이 들어오면 일시정지 후 우회전하라고 안내(빨간 네모)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경찰청이 배포한 적신호 시 우회전 보도자료. 횡단보도에 보행신호 녹색 불이 들어오면 일시정지 후 우회전하라고 안내(빨간 네모)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반면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이렇게 우회전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는 신호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차량 신호가 적색일 때, 횡단보도가 없는 교차로나 횡단보도가 있어도 보행자 신호가 적색이면 차량은 우회전할 수 있다.
 
하지만 보행자 신호가 녹색 불일 때는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야 하는데, 멈추지 않고 우회전하다 자전거를 들이받은 운전자에게 신호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했다.
 
같은 행위를 두고 경찰과 법원의 판단이 서로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에 따라 신호위반 적용 여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차량 적색 신호란 '서야 한다, 단 다른 차마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우회전할 수 있다'는 의미니 일시 정지를 했다가 보행자가 없으면 지나가도 된다"라면서, "그런데 우회전하다가 사고가 나게 되면 통행에 방해를 준 것이고, 이는 적색 신호의 의미를 위반한 것이니 신호위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차마가 아니라 보행자를 치었을 경우는 실무적으로 신호위반과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두 가지를 적용하고 있는데, 운전자 과실로 사고를 내면 처벌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경찰 내부서도 비판…전문가 "적신호 우회전 금지해야"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한 일선서 경찰관은 "경찰 내부에서도 교통사고 조사 담당은 신호위반으로 보는데, 교통안전 담당은 본청 지침이라 신호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며 "경찰관이 가도 된다고 해서 갔는데,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나니 신호위반이라고 하면 운전자는 황당함을 넘어 안내한 경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행자 중심 교통 체계로 바꾼다면서 안전운전 5030을 도입하는 등 차량 속도도 내렸는데, 유독 이 우회전만 차량 소통을 이유로 계속 허용하는 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라며 "5030 정책은 유럽 체계를 참고했는데, 유럽 대부분 나라가 적신호 우회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라고 덧붙였다.
 
28일 부산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에 길을 건너는 보행자 앞으로 한 차량이 우회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28일 부산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에 길을 건너는 보행자 앞으로 한 차량이 우회전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전문가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경찰이 신호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적신호 시 우회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경찰이 우회전해도 된다는 건 횡단보도가 없거나 있어도 보행자 신호가 적색일 때 이야기고,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지나가면 신호위반이 맞는데 경찰은 자꾸 아니라고 한다"며 "교차로가 아닌 단일 도로에서 횡단보도 녹색 불에 자동차가 지나가면 경찰이 신호위반으로 잡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보행자 신호 녹색에서는 언제든 보행자가 있을 수 있고,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올 수도 있어 차량을 우회전시키면 안 된다"며 "외국처럼 차량 신호 적색에서는 차량을 모두 멈추게 하고, 보행자 외에는 아무것도 지나갈 수 없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늘리고, 우회전 전용신호는 따로 줘야 보행자들이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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