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3일(현지시간) 심야에 긴급회의를 열었다.
더 정확히는 유엔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소집해 놓은 시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회의 참가국들은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데는 같은 목소리였지만 회원국 별로 분위기는 달랐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행동을 비난했고,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은 대화와 러시아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군사 행동 개시를 명령함으로써 그 시간에 평화를 위해 모인 안보리를 완전히 경멸했다고 맹비난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미국 대사. 연합뉴스그러면서 이 순간을 "엄청난 비상사태"라며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전쟁의 메시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단연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대사였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도네츠크, 루한스크를 공격하도록 무장을 도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 키예프의 군사정부(junta)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대사는 긴장완화를 촉구하는 제3국 대사들을 향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해 이미 늦었다"며 꾸짖듯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쟁을 멈추게 해달라고 회원국들을 향해 절규하며 외쳤다.
왼쪽부터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대사와 바실리 네벤다 러시아 대사. 유엔 웹 TV 캡처·연합뉴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 대사에게도 짜증을 내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라"면서 전쟁 중단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그러자 러시아 대사는 "라브로프 장관을 깨우는 것은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과 대립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국면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뽐냈던 중국 장쥔 대사는 "강화된 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내놓는데 그쳤다.
이날 안보리에서는 그 어떤 결의안 채택도 되지 않고 종결됐다.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결의안 채택이 안 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