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지지율 정체로 고전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향후 네거티브를 일체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기본소득 등 대표 정책의 선명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단순 이미지 개선만으로는 표심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李 "비호감 대선 면목 없어"…표심 노린 전략인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2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감을 넘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께 면목이 없었다"며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자질과 능력에 대해선 당연히 검증하고 공방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와 무관한 네거티브 사안에 대해 공방하고 상대를 흠집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대위 측도 이에 합의했다.
이 후보 측이 그동안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 후보는 최근까지 유세 현장에서 "무당이 굿을 해서 지도자가 선제타격하면 어떻게 하겠나", "제가 이번에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 등 윤 후보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낸 바 있다.
이 후보가 돌연 '클린선거' 카드를 꺼내든 건 네거티브 전략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공개된 YTN 의뢰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이른바 '욕설 파일'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50.3%로 과반이었다. 반면 '김건희 7시간 녹취 파일'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4.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창 대 창'으로 맞설 경우 이 후보의 출혈이 더 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당이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판세를 분석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 보고서'에서도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 형수 욕설 등 문제로 네거티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결론내기도 했다.
이를 인식한듯 이 후보는 최근 부쩍 자신의 정책적 성공과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25일 연합뉴스TV 생방송 인터뷰에서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고 실용논리에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과 국익에 맞게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역량에 따라 좋은 사람을 진영 가리지 말고 최대치로 써야 하고 정책도 남의 거라고 배척하면 안 된다"며 "오로지 최대한 성과를 내 사람들의 삶이 개선된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노골적으로 윤 후보 측에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설 연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열릴 수 있는 TV토론에서 "김건희씨의 녹취록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며 "윤 후보가 혹시 (이 방송을) 보신다면 방어하실 생각은 안 해도 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검증을 하면 되고 국민들이 판단하면 된다"며 후보들이 녹취가 어떻다 저렇다 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저는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책적 선명성' 없이 외연 확장 가능할까…"쉽지 않을듯"
그러나 이같은 이 후보 측의 실용주의 전략이 실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갸웃거리는 시각이 많다.
박스권 지지율을 타개할 뚜렷한 '한방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소소한 정책만으로 지지율 상승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주부터 경기도 전체를 돌며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약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소소한 공약만 쏟아내고 있지만 약발이 투표때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띄우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대중적으로 소구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돼 주변에서 만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빈생버스) 일정으로 경기도 양주시 옥정로데오거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와 함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 중 포지티브 선거를 본 적이 있나. 모든 선거는 과거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네거티브 안 한다고 하면 표 계산한다고 하지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의 한 5선의원은 "오히려 본인의 단점을 가리려 한다는 인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과하게 네거티브 금지를 요청하는 모습은 다급해 보이는 느낌을 줘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향후 TV토론 등에서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 경우 관련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연출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거티브 근절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날 오전 이 후보가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지 약 90분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를 틀면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수사 지휘를 한 것 아니냐"고 따지는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각 이 후보도 경기 고양 화정역 즉흥연설에서 자신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제가 대체 뭘했나.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남욱이 10년간 찔렀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소문이 났다면 (대장동 개발) 허가를 안 내고 취소했을 것"이라며 "저한테 철저히 숨겼던 것인데 국민의힘 측이 나한테 책임을 묻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공감을 하고 커뮤니티에 글도 쓰고 주변에 카톡을 보내 진실을 알려달라"며 "여러분의 손가락과 입으로 행동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