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30일 경기 이천시산림조합 앞 중리사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연설하고 있다. 이천=이은지 기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6·3 대선 사전투표가 마감된 30일, 경기도와 충청·강원 등지를 훑으며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름 이니셜과도 같은 'MS(More & Secure)노믹스'란 개념까지 꺼내들며 경제 부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념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민감한 중도층과 청년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개시 직후 드러난 '관리 구멍'에 대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각성을 촉구하면서도, 꼭 투표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지층 최대 결집이 필수인 선거에서 강성 지지자들이 투표를 저어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제, 살려본 사람이 살린다"…산단 지원 등 '리쇼어링' 언급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믿음직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선 "더러운 입, 지저분한 손, 속이는 머리로는 우리 경제를 추락시키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동보다 말을 앞세우고, 그때그때 말을 바꾸기만 하는 후보로는 내수 침체와 통상 전쟁이 동시 진행 중인 현재의 국난을 극복할 수 없다며 "이재명 후보를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또 '반(反)이재명 전선'의 연장선상에서
"경제는 살려본 사람이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똑같이 과거 경기도지사를 지냈지만 이 후보와 달리, 자신은 굴지의 글로벌기업인 삼성·LG전자의 거점공장을 관내에 유치해 경기도를 국내 최고의 산업 도시로 만든 경험이 있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이날 연이은 유세에서 유독
'친(親)기업'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이재명 후보를 가리켜 "노란봉투법, 양곡법 등 기업을 옥죄고 혼란에 빠뜨릴 '악법'을 입법했다. 집권하면 기업규제법만 대거 양산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민노총 이중대"로 폄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은 반대로, 기업을 지원하고 부흥시킬 적임자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천 중리사거리 앞 유세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유치 경험을 들어 "'우리나라에 투자 안 한다', '한국에서 공장 안 한다'고 하는 것을, 고(故) 이건희 회장 생전에 제가 설득했다"고 했다. 또 해당 부지를 저렴한 비용에 매입토록 자신이 지원했다며
"원가 수십 만 원에 땅을 준다고 하니 공무원도 걱정하고 언론도 '삼성에 특혜를 준다'고 했는데, 저는 돈 한 쪼가리 받은 게 없다"고 부연했다.
인건비 등을 고려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촉진하려면 국가가 나서서 발 벗고 산업단지를 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후보는 "(기업들한테) 미국 가지 말란다고 안 가겠냐. 노조가 파업만 하고 임금 많이 달라 하고, 일 안 하고 핸드폰만 하는 나라에 가겠나"라고 톤을 올리기도 했다.
충북 충주에서는 경제비전 격인
'MS노믹스'를 제시했다. '일자리 중심 성장'을 통해 2030년에는 잠재성장률 3%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선관위 때리면서도…"투표 안 하고 집에 있으면 항의도 못 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문화의거리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사전투표 첫 날 불거진
'부실 선거관리' 정황에 대해서는 "참 황당하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지지자들에게 꼭 투표소를 찾아 권리를 행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충북 제천 문화의거리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외부반출 사건'과 관련, "소쿠리 투표다, 뭐다 등 지금까지의 사전투표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선관위가 그걸 왜 아직까지 못 고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용지를 받아서 '투표소 내'에서 투표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며 "투표용지 발부도, 투표지 기표도, 기표한 용지를 집어넣는 것도 투표소 안에서 해야지, 투표용지를 받아서 밥 먹고 돌아다니고 기표하고 다른 데 집어넣고 오면 투표가 되나"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김 후보는 또 "이런 부실한 투표관리 때문에 자꾸 (부정선거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민주주의는 정당한 절차가 굉장히 중요한데, 절차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으면 그 결과 자체에 승복하는 게 어렵지 않나"라며 "저는 선관위가 정말 대오각성,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도가 지나친 '부정선거 음모론' 주장으로 선관위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황교안 무소속 후보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는 "이런 것은 언론에서 엄격하게 비판해 주셔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향후 대선 패배시 결과에 불복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사전투표 안 한다고 집에 있으면 그런 엉터리(선거 관리)에 항의할 수도 없지 않나. 그냥 놔두면 안 된다"며 꼭 투표해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제 아내 자랑스럽다" 유시민 직격도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문화의거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유세에 몰려든 시민들. 원주=이은지 기자김 후보는
작가 유시민씨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배우자 설난영씨를 두고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놓고도 "제 아내가 뭘 그리 잘못했느냐"며 반격하기도 했다.
강원 원주 유세에서 '제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새겨진 흰 티셔츠를 입고 나온 김 후보는 "제가 바로 팔불출, 공처가올시다"라며 구로공단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출신인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줬다.
김 후보는 당시 경찰에 쫓기던 자신을 설씨가 자취방에 숨겨줬고, 계엄 직후 식을 올리게 된 사연을 설명하며 "제 아내와 결혼할 때 청첩장도 없었고, 드레스 한 벌 못해줬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수감돼 있는 동안, 설씨가 책방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딸을 키워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아내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다. 제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무서워서 밖에 나가면 저는 총각이란 소리를 못한다"며 유 작가와 이재명 후보를 동시에 때렸다. 특히 유 작가를 향해서는 "우리 사회에 학력 같은 걸로 '신(新)계급'을 만들어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유 작가가 김 후보의 극적인 사상 전향을 두고 '전두엽에 이상이 있다'는 취지로 밝힌 점에 관해선 "입으로 자기 인격을 파괴하고 남을 마구 파괴하는 것이 정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우 슬프고 안타깝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