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백화점 입구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찍고 있다. 황진환 기자법원이 백화점과 마트에 적용중인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을 일부 정지하면서 소비자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14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와 의료계 인사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장관·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식당·카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감염 위험도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높은 반면, 상점·마트·백화점은 많은 사람이 모일 가능성은 있기는 하나 이용 형태에 비추어 볼 때 취식이 주로 이루어지는 식당·카페보다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면적 3000㎡ 이상의 상점·마트·백화점을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포함시켜 백신미접종자들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이용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소비자들은 환영했다. 기저질환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A씨는 "마트도 못 가게 돼서 화가 났는데 이렇게라도 풀리니 다행"이라며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력정지 판결이 서울 시내 면적 3000㎡ 이상인 상점과 마트, 백화점에만 적용되는 것을 두고 논란이 크다.
한 마트에서 한 시민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경기도의 맘카페는 서울만 해당된다는 뉴스 속보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회원은 "서울 외 지역 사람 기본권은 침해되도 된다는 거냐"며 "서울 마트로 원정가야 하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전국적으로 소송을 해야 하는 거냐"며 "임산부라 2차는 못 맞았는데 답답하다"고 전했다.
방역패스 중단 소식에 유통업계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방역당국에서 세부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방역패스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법원에서 효력정지 결정이 났다고는 하지만 방역당국으로부터 아직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세부적인 사항을 전달받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방역지침을 무리하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역패스에 대비해 인력을 최대 5배 늘렸는데 다시 없애야 하는 거냐"며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기존에 전점에 배치됐던 방문객 확인 인력을 300~400명을 추가로 배치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방역패스 확인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방역패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기본권을 침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어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효력정지 결정이 서울에만 해당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역패스 인력 충원하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서울은 취소되고 지방 매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하니 매장마다 지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