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이선호씨가 컨테이너 정리 작업을 하던 중 300kg 무게 날개에 깔려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 모습. 이선호씨 유족 제공지난해 평택항에서 300kg 무게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당시 23세)씨 사건 선고공판에서,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이 금고 및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단독 정현석 판사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동방'의 평택지사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회사 팀장과 대리에게 금고 5월과 6월, 하청업체 직원과 사고 당시 지게차 운전기사에게 각각 금고 4월과 8월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형 집행도 2년간 유예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방 법인에 대해선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22일 이선호씨는 평택항 내 'FR(Flat Rack)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반대편에 있던 지게차가 날개를 접으며 발생한 충격이 이씨가 있는 쪽까지 전달됐고, 그 여파로 300kg에 달하는 날개가 접히며 이씨를 덮쳤다.
이씨는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가 없는 현장에서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작업을 했다. 당초 이씨는 컨테이너 작업이 아닌 동식물 검역 업무를 담당해왔다.
사고가 발생한 컨테이너는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이선호씨 49재. 박종민 기자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게 안전한 작업 환경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황망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다만 일부 피고인이 유족들과 합의한 점, 사고 컨테이너의 안전장치 고장에 따라 피고인들이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따라 동종 사건의 양형 정도도 고려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방에 벌금 500만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팀장과 대리에게 각각 금고 1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하청업체 직원과 지게차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금고 2년에 처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