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더좋은나라전략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세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이 한동안 양강구도로 전개된 탓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집중돼 있던 화력의 일부를 안 후보로 돌릴지, 전방위로 확산할지 등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다자대결 10%대 진입한 安…단일화 구도에서도 尹에 앞서는 성적 보여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1월 1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11.1%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p)
CBS의 의뢰로 서던포스트가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1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3.1%p)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일주일 전 조사에서 6% 안팎이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주 만에 두 배 가까이 높아지며 두 기관 조사 모두에서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
이같은 현상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안도감과 당혹감이 교차된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던 윤석열 후보를 제치고 1위 자리를 굳혀가는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와 대권을 두고 또다른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이다 보니 현안 대응이나 정책 발표 등으로 인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은 내놨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안 후보가 윤 후보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특히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범보수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경우, 그 파급력이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의 지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오른쪽)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 안 후보의 지지율이 5% 안팎이었던 과거에는 단일화를 할 경우 윤 후보로의 단일화가 유력했고, 때문에 지지층 확장이 크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내홍 등으로 인한 윤 후보의 지지율 부진으로, 확장력이 좋은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이재명 후보에게 있어서 중도층 '샅바싸움'이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런 전망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 중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35.9%를 얻어 32.5%에 그친 윤 후보에 오차범위 내 최대치인 3.4%p를 앞섰다.
CBS·서던포스트 조사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의 경쟁력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에는 윤 후보 34.4%, 이 후보 33.6%로 오차범위 내 박빙 우세였지만, 안 후보가 단일 후보일 경우에는 안 후보 42.3%, 이 후보 28.9%로 오차범위 밖인 13.4%p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안한 선두 李…安 돌풍 '박스권 돌파구' 될지, '새로운 위기'일지 전략대응 고심
안 후보의 급부상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는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박스권 돌파구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안 후보의 부상으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보수 후보 단일화 국면이 오히려 이 후보가 선두 지위를 굳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역대 대선을 통해 '아름다운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범보수 야권이 단일화 방식과 내용 등을 두고 갈등하며 협상 국면이 길어지는 사이, 이 후보는 준비된 정책 공약 발표를 통해 능력과 안정성이 있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11일 자신의 경제성장 정책, 이른바 '이재노믹스'(이재명 노믹스)를 띄울 예정이다. 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추진 등으로 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소형 민생 공약 '소확행' 공약도 꾸준히 내놓으며 밑바탕을 다져나가겠다는 각오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거대 정책과 함께 탈모 공약 같은 소형 공약을 병행해 꾸준히 발표해 나갈 것"이라며 "소형 공약 아이디어가 넘쳐날 정도"라고도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야권이 단일화 국면을 활용해 대선까지 이슈를 잠식하는 한편, 단일화를 성사시켜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윤 후보의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중도 확장력을 안 후보가 보완하는 형태로 결합이 이뤄진다면 적지 않은 파급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동시에 중도확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윤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오히려 안 후보가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도록 현재와 같은 기조로 윤 후보 견제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도 표심 확보 전략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이자 중도 성향인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의 연대설이 나온다. 김 후보와의 연대 또는 단일화로 야권 단일화에 맞불을 놓아 중도층을 확보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과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를 김 후보에게 양보하거나,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품이 넓은 민주당이 되기 위해서는 김동연 후보도 품을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차근차근 지지율을 올리려면 어떻게든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동시에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며 "김 부총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출신으로 소통이 된다는 측면에서 얼마든지 연대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