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임플란트 제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A(45)씨가 회사의 자기자본 92%에 해당하는 1880억 원을 횡령해, 회사측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해당직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 발생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서 매매가 정지됐다. 사진은 4일 오전 적막감이 흐르는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모습. 황진환 기자국내 대형 임플란트 제조업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자금관리 담당 직원이 188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향후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처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4일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를 15일 내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담당 직원 이모씨(45)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상장사에서 직원이 자기자본의 5%이상을 횡령 혹은 배임한 사실이 확인되면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씨는 1880억 원을 횡령했는데 이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 2047억 6057만 원의 91.81%에 해당한다.
실질심사에서는 1880억 원이란 거액의 횡령금액이 회수될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만일 문제가 지속된다고 판단되면 실질심사 결과를 기업심사위원회로 넘겨 상장 폐지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팀장으로 일하며 잔액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이 씨는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에서는 현재 경찰에 이 씨를 횡령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지난해 10월 반도체 소재 회사 동진쎄미켐 주식 1430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사들여 화제가 된 '파주 슈퍼개미'와 동일인으로 알려져 다시 한번 충격을 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주 슈퍼개미로 불린 이 모씨는 개인투자자 자격으로 지난해 10월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 7431주(지분율 7.62%)를 한 주당 3만 6천 원대에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쯤 보유주식 336만 7431주를 처분했는데, 투자 손실을 보며 약 1100억 원을 되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기며 코스닥 시총 23위를 기록한 '우량주'였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까지 거론되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적막감이 흐르는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모습. 황진환 기자1억 5천만 원 가량을 투자했다는 한 개인투자자는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임플란트로는 1위이고 또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접근을 하게 됐는데 이렇게 돼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오스템임플란트 종목 게시판도 '난리'가 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거액을 횡령했는데 단독 범행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회사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거나,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리포트를 통해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기업의 영속성,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장 폐지를 면하더라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만큼, 거래가 재개시 주가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횡령과 배임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져 당분간의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