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제발 토론 좀 하자'는 목소리가 또다시 대선판에 등장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숱한 토론회 요구를 무시하며 법정 최소 토론 횟수만 채웠던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선거일까지 64일 남았지만 자율적인 후보 간 토론은 사라진 '이상한 대선'이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이런 이유로 '토론 하자'는 말이 공세 수단이 됐다.
여당은 지난 2일에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토론을 압박했다. 민주당 송평수 대변인은 "대선후보들의 철학과 공약을 상호 비교하고 검증하는 TV토론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면서 "TV토론은 후보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권리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임이자 의무"라고 토론을 거듭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후보가 보통 토론을 피하는데, 공수(攻守)가 바뀐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히려 여당 내에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법정 토론 횟수를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TV토론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선 법 발의 등을 통해 (윤 후보를) 압박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받거나 국민들의 토론 요구가 굉장히 높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정 필수 토론회 횟수를 3회에서 최소 6회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달 14일 발의하기도 했다.
與 최소 6회 토론 강제 법안 발의했지만…통과엔 '부담'
윤창원 기자하지만 선거의 룰과 관련된 규정인 터라, 야당의 동의 없이는 힘들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여당 지도부조차 법 개정에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의 룰과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 지도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최소 3회 방송 토론'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규정으로, 그 이전 까지 대선 방송 토론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었던 탓에 최소한의 강제 규정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 충분한 토론권 보장과는 맥락이 다른 규정인 셈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오는 7일 첫 회의를 열고, 토론 추진 상세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22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에 위원회가 자의적으로 3번을 넘는 방송 토론을 하자고 할 가능성은 적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 관계자는 "방송 토론 일정 간격을 행정적으로 고려했을 때 3번을 넘겨서 하기에는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가 언론사에서 제안하는 자체 토론회를 거부할 경우, 4번 이상의 토론을 요구할 방법이 전혀 없는 셈이다.
25년 전 선거법 규정 그대로…커지는 토론 요구
하지만 대선에서 후보 간 토론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을 상대로 조사해 1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후보자 검증을 위해 토론을 바로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56.5%에 달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 듯 대선 후보들이 대담 형식으로 출연한 한 유튜브 컨텐츠들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찍었다. 보수세가 높은 대구 도심에는 '대선후보의 토론이 보고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토론 요구가 정략적 압박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시민권의 보호를 위한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TV 토론 횟수가 총 6번이었던 것에 비춰, 횟수가 절반으로 준 것은 분명한 '후퇴'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선관위 주최 공식 방송 토론은 3번에 그쳤지만, 후보 간 승낙으로 각 방송사 주관으로 3번의 토론이 더 이뤄졌다. 당시 탄핵으로 갑작스러운 대선 레이스가 펼쳐졌음에도, 추가 토론이 이뤄진 셈이다.
참여연대 권력감시국 이재근 국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 경선에서는 10여 차례 토론을 해놓고 본선에서는 안 한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유불리를 떠나 공당의 책임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