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월요일인 3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마지막 신년사에서 '통합의 대선'을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5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이번 정부의 성과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도 성과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문 대통령은 선거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언급은 최소화했지만, 신년사를 통해 '통합'을 키워드로 꺼내들며 맹목적 정권심판론을 경계하고 차기 정부의 소임을 암시했다.
"적대와 증오 아니라 통합의 선거 되길, 앞선 정부 성과 이어가야"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생중계된 '2022년 신년사'에서 3월 대선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통합을 내세웠다.
이어 "우리 역사는 시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위대한 성공의 역사였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크게는 단합하고 협력하며 이룬 역사였다"며 "다시 통합하고 더욱 포용하며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고 통합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2022년 임인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정부가 이번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유한하지만, 역사는 유구하다"며 "어느 정부든 앞선 정부의 성과가 다음 정부로 이어지며 더 크게 도약할 때 대한민국은 더 나은 미래로 계속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의 참여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힘"이라며 "국민께서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주시고 좋은 정치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대선의 키워드를 '통합'으로 내세운 것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전격 결정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진영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정치 구도를 타계하고, 야권의 맹목적인 정권 심판론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헌정질서 바로 세웠다" 성과 강조, "주거안정 끝까지 전력 기울일 것"
이날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경제, 안보 분야 등에서 정부의 성과를 내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2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숱한 위기를 헤치며 전진했다. 탄핵 국면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우리 정부는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웠다"며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권력기관 개혁을 제도화했다. 언론 자유와 인권이 신장해 세계가 인정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돌아봤다.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도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로 지금의 평화가 어렵게 만들어지고 지탱돼 왔다"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방력을 튼튼히 해 세계 6위로 평가되는 강한 방위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룸과 동시에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하며 "정부가 일관되게 포용적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을 지키기 위해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라고 칭한 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이며, K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K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누구도 우리 국민이 이룬 국가적 성취를 부정하거나 폄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2년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 대통령은 남은 4개월의 임기 동안에 주력할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에 나섰다. 우선, 코로나19와 관련해 완전한 일상회복을 과제로 제시하면서 소상공인의 신속한 보상과 지원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부터 먹는 치료제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최대한 두텁고 신속하게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주거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며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며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특히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미완의 상태인 평화를 지속가능한 평화로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임기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해 종전선언 추진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어 "남과 북의 의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정부는 남은 4개월, 위기극복 정부이면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정부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성원과 지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