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클리어 장면. K리그 유튜브 영상 캡처지난 9월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9라운드.
승점 54점 선두 울산과 승점 50점 2위 전북의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이었다. 단순한 승점 3점 경기를 넘어 달아나느냐, 아니면 쫓아가느냐가 걸린, 흔히 말하는 승점 6점 짜리 경기였다.
승부는 팽팽했다.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0대0으로 맞선 후반 42분 울산에게 기회가 왔다. 후방 침투 패스 한 방으로 전북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이동준이 달려들었고, 전북은 골키퍼 송범근이 골문을 버리고 나왔다. 이동준이 앞섰다. 이동준은 송범근이 없는 빈 골대를 향해 헤더를 날렸다. 누가 봐도 골이었다.
하지만 전북에는 홍정호가 있었다. 라인이 무너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동준의 헤더가 골문으로 향하는 것을 끝까지 달려가 몸을 날리며 걷어냈다.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그물에 걸리기까지 했지만, 눈은 끝까지 밖으로 나가는 공을 쫓을 정도로 집중력이 돋보였다.
특히 홍정호는 후반 36분 종아리 경련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교체카드를 모두 소모한 탓에 계속 그라운드를 지킨 상황이었다.
홍정호의 클리어를 본 이동준은 머리를 감싸고 아쉬워했다.
최종 결과는 0대0 무승부. 울산은 승점 55점 선두, 전북은 승점 51점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우승 향방을 결정한 홍정호의 '더 클리어'였다.
홍정호는 지난 5일 전북의 K리그 최초 5연패를 이끈 뒤 "아무래도 울산 원정에서 마지막 헤더를 클리어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약 그 실점을 했다면…"이라면서 "그 장면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우승 가능성을 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승점 76점으로 우승했다. 2위 울산의 승점은 74점이다.
만약 이동준의 헤더를 홍정호가 클리어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울산의 승리로 끝났다면 울산의 승점은 57점, 전북의 승점은 50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가정이지만, 이후 경기 결과가 같다면 최종 승점은 울산이 76점, 전북이 75점이 된다.
홍정호의 클리어 하나에 우승 주인공이 바뀐 셈이다. 그야말로 홍정호의 '더 클리어'였다.
홍정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이제 홍정호는 MVP에 도전한다. 경쟁자인 득점왕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이동준, 세징야(대구FC) 등 공격수들처럼 확실한 수치는 없다. 하지만 전북의 최소 실점(37실점)을 이끈 수비수로,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있다.
홍정호는 "멋있게 차려 입고 시상식에 가겠다"면서 "좋은 기회이니 만큼 꼭 받고 싶은 상"이라고 수상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