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연합뉴스"사실 동국이 형 반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동국은 전북 현대의 상징이었다. 전북의 전성기를 만든 전북의 주장이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했고, 전북은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영구결번하며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했다.
이동국 없는 첫 시즌. 김상식 감독과 선수단은 홍정호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부담이 컸다. 그만큼 이동국의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정호도 주장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용과 최철순 등 형들의 도움과 함께 전북을 K리그 최초 5연패로 이끌었다. 당연히 강력한 MVP 후보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최종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전북은 22승10무6패 승점 76점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 최초 5연패이자, 통산 9번째 K리그 우승이다.
홍정호는 "사실 시즌 시작 전에 투표로 주장을 맡았다. 동국이 형이 주장 역할을 너무 잘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부담도 있었다. 선수들과 감독님이 뽑아준 만큼 잘하고 싶었다. 매 경기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사실 동국이 형 반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용이 형, 철순이 형 등 고참들이 잘 잡아줬다. 주장 첫 시즌에 우승을 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부담이 컸던 탓일까. 우승 확정 후 홍정호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홍정호는 "잘 모르겠다. 감독님 얼굴을 보니까 갑자기 울컥했다"면서 "잘하고 싶었고, 주장으로서 감독님이나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중간에 고비도 있었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우승을 해서 부담을 떨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동국이 형 역할이 너무 컸다. 팀에 있으면 안정이 되고, 든든한 면이 있었다"면서 "올해 주장을 하면서 시즌을 치르다보니 못 보는 부분이 었었다. 그 때 형들이 잡아줬다. 많이 배웠다. 또 시즌 중반에 철순이 형이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줘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고참들이 경기장 안에서 머리를 박고, 넘어지면서 뛰는데 후배들이 안 할 수가 없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고 형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동국은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기장을 방문할 때마다 전북은 승리했으니 '승리의 요정'인 셈.
홍정호는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경기장에 도착하고 각자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다들 진지했다. 그 때 동국이 형이 '승리의 요정 왔다'면서 분위기를 이끌어줬다. 마음이 안정되면서 편해졌다"면서 "선수들도 우승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몸 풀러 나가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경기에 와서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언제일 지 모르겠지만, 빨리 팀에 합류했으면 좋겠다. 어떤 자리일지 몰라도 동국이 형이 팀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없다. 팀에 필요하다. 감독님과 사이도 좋으니 더 시너지가 날 것"이라면서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지금은 방송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전북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