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경찰 및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로 들어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하면서 5·18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전씨 사후에도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되기 때문에 해당 절차에서 남은 책임을 묻게 될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오는 29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328조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소기각은 판결이 아닌 결정 형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결정문을 쓰지 않고 재판장이 법정에서 구두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재판부가 이미 예정된 기일에 공판을 열어 피해자 측에 위로 등을 표한 후 공소권 없음으로 재판 절차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결정문 작성과 내용 등은 모두 재판부 재량이기 때문에 5·18 피해자와 목격자 등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문제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그간 심리해온 판단 내용을 서면에 담게 될지 주목된다.
23일 숨진 전두환씨가 지난 8월 9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씨는 2017년 출판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1심 재판부는 다수 증거를 바탕으로 "5·18 당시 광주에서 무장 상태로 있던 500MD 헬기가 위협사격 이상의 사격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씨는 과거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해 특별사면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비오 신부에 대한 허위사실이 담긴 회고록을 출판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전씨는 즉각 항소해 2심 재판을 받아왔다. 전씨는 2018년 5월 기소됐지만 재판 관할을 두고 다투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결국 형사적으로 책임을 피하게 됐다.
전씨 재판을 맡은 재판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해 재판부가 교체되거나, 법원 실수로 전씨 소환장이 누락돼 재판이 한차례 열리지 못하는 등 법원 역시 전씨 재판 지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11월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 등이 전두환 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다만 5·18 목격자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전씨의 책임은 현재 진행 중인 민사재판을 통해 계속 다뤄질 전망이다.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 승계 등을 통해 재판이 계속될 수 있다.
5·18 관련 4개 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인 조영대 신부는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내 1심에서 총 7천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전씨 회고록에서도 허위사실로 인정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는 한 출판과 배포 등을 할 수 없게 했다.
민사 1심 재판부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야 한다"며 "전씨의 회고록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