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교제살인' 혹은 '스토킹살인' 사건이 한국사회의 여성 차별이나 젠더폭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스토킹 살인은 명백히 성차별이 있는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사건)에 대한 답을 페미니즘이라고 한 것이 문제"라며 "그런 범죄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게 왜 페미니즘을 해야 하는 근거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하자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 "차별적 담론"이라며 장 의원을 비난했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교제살인이 일반범죄일 뿐 젠더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인 셈이다. 이 대표는 특히 젠더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고 공격했었다.
이 대표는 또 '스토킹 살인의 배경에 성차별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스토킹 살인과 성차별 간)어떤 개연성인지 장 의원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본인의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최근 연이어 터진 교제살인 사건은 물론 데이트 폭력이나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 등 디지털성폭력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만큼, 이들을 개별 사건으로 분리해 단순한 형사 범죄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이날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남혐'이 아니"라며 "여성들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지우는 것, 이준석 대표가 하고 계신 것이 '여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의 SNS발언을 두고 "데이트 폭력, 데이트 살인의 바탕에는 성차별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이런 범죄를 근절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며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부정하고 은폐하는 것은 앞으로 이 땅에서 계속 여성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