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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만 해도 OK"…국회 성폭력교육 '꼼수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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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성폭력예방·장애인식개선 등 법정의무교육
앞으로 국회 내부 방송 채널로 수강 가능
다만 확인증에 서명 달아 내면 '이수 처리'
"이런 식이라면 누가 수업을 제대로 듣나"

국회가 의원, 보좌진, 사무처 직원 대상 법정 의무교육을 근무시간 중 내부 방송 채널로 수강할 수 있게 하면서, 방송을 시청했다고 서명하는 방식으로 교육 이수를 확인하고 있다. '꼼수 수강'의 길을 터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무교육을 사무실 TV로 손쉽게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회 사무처는 '구내방송을 통해 법정 의무교육을 송출한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각급 부서와 의원실에 전달했다.

이 대내용 공문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5일부터 연말까지 구내방송을 통해 법정 의무교육 강좌를 송출한다.

법정 의무교육은 성폭력예방, 장애인식개선 수업 등 국가가 지정한 방식으로 모든 사업장 전체 노동자가 빠짐없이 이수하게 돼 있는 교육이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3개 과목씩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요일은 폭력예방교육(성희롱·성매매), 폭력예방교육(성폭력·가정폭력), 장애인식교육 강좌를, 화요일은 아동학대예방교육, 성인지교육, 폭력예방교육(성희롱·성매매)을 내보내는 식이다.

그동안 강사를 초빙해 강당에서 수업을 진행하거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강의를 듣게 하던 것에서 나아가 아예 사무실 내 TV로 손쉽게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회 내부문건 캡처국회 내부문건 캡처

제재 방안 없이 사실상 자율로

논란은 교육 이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너무 허술하다는 데에 기인한다.

공문에 별첨 된 '교육 이수여부 확인서'에 이름과 직급, 수강일시만 적어서 서명하고 이를 의원실, 부서별로 제출하면 끝이기 때문.

사이버 강의에서는 주의를 집중하지 않거나 중간에 'SKIP(건너뛰기)' 버튼을 누르더라도 그래도 조금씩은 듣게 됐을 텐데 이제는 사실상 자율에 맡긴 셈이다.

아예 수업 자체를 듣지 않고 허위로 서명하는 '꼼수 수강'을 막을 제도적 장치나 제재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책임자인 의원이나 부서장 서명을 확인서에 포함하게 한 게 전부다.

국회 내부문건 캡처국회 내부문건 캡처

"누가 수업을 듣겠냐"

실제 수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국회 사무처 측은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이라 사이버 강의를 장려하고 있다"며 "시청각 교육 방식을 보다 확대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구내방송으로 강의를 틀게 된 취지가 의원실 입법보조원이나 내부망 ID가 없는 청소 노동자 등에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아울러 또 다른 사무처 관계자는 "시청각 교육에 관한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가부 설명자료에 대면이나 사이버 교육과 함께 단체 시청각 교육 방식이 거론돼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접근성 여부와 수강 확인 여부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실제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은 '근로자에게 교육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예방 교육을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가 거론한 여성가족부 지침에도 해당 시행령이 적시돼 있다.

한 현직 보좌관은 "솔직히 이런 식이라면 누가 수업을 제대로 듣겠냐"며 "행정 편의만 내세우는 입법기관의 모습에, 일반 국민들께는 민망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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