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는 지난 27일 가수 씨엘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베리체리 제공'알파'(ALPHA). 2009년 2NE1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수 씨엘(CL)이 12년 만에 나오는 자신의 첫 번째 정규앨범에 붙인 이름이다. 맨 처음이라는 본래의 뜻에 더해,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이번 '알파' 프로젝트는 선공개 싱글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 대배우 존 말코비치가 내레이션에 참여한 첫 번째 싱글 '스파이시'(SPICY)를 시작으로, 두 번째 싱글 '러버 라이크 미'(Lover Like Me)를 냈고 이번 달 20일 마침내 정규앨범을 내고 활동 중이다.
모든 곡을 싱글이라고 여길 만큼 한 곡 한 곡에 신경 썼다는 사전 인터뷰에서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지난해 발표한 곡 '화'(HWA)와 '파이브 스타'(5 STAR)와 선공개 싱글 2곡에 신곡 7곡으로 꽉 채운 앨범은 지난 20일 오후 1시 전 세계 공개 후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전 세계 13개 지역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약하다 솔로로 활동을 시작해,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정규앨범을 내고 활동 중인 씨엘을 지난 27일 서면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0일 오후 1시 전 세계에 공개된 씨엘의 정규 1집 '알파' 트랙 리스트. 베리체리 제공Q1. 정규앨범 '알파'(ALPHA)에서는 씨엘로서의 두려움, 이채린으로서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씨엘로서의 두려움과 이채린으로서의 두려움이 무엇이었는지,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A1. 씨엘과 이채린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아요. 개인 채린과 보낼 시간이 없어지고, 제가 좋아하는 취향을 자꾸 씨엘로 소모해버린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개인 이채린의 취향도 흐려지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잃어버리게 되고, 계속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어요. 지난 시간 동안 이채린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많이 충전되고 극복된 것 같습니다.
Q2. 씨엘로 산 시간과 이채린으로 산 시간이 동등해졌고, 그러면서 채린과 씨엘의 부딪힘이 있었다고 했는데 가장 자주 찾아온 부딪힘은 무엇이었나요.
A2. 앞에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씨엘은 채린이가 두려워하고 절대 하지 않을 것, 절대 표현하지 않은 감정들을 쓰다 보니 그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들이 가장 큰 부딪힘이었어요.
Q3. 대형 기획사 소속으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데뷔 직후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식 밖의 행동'을 하는 등 '언더독'으로서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요. 언뜻 모순돼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여전히 '언더독' 정체성을 변함없이 지킨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긴 시간 그럴 수 있었을까요.A3. 저는 출발부터가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는 걸그룹이었지만 스니커즈를 신고 무대에 오르고 옷도 남들과 달랐죠. 그런 틀을 깨는 것이 저의 시작이었고, 제가 씨엘로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이었어요. 변하지 않는 저의 본능인 것 같아요.
'알파'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싱글 '스파이시' 콘셉트 사진. 베리체리 제공Q4. 12년 만의 정규앨범을 자신의 코어 팀 '베리체리'와 함께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는데 팀 베리체리를 소개해 주세요.A4. 저를 잘 이해해주고 저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에 함께 일했던 분들도 있고, 알고 보니 예전에 간접적으로 일했던 분들도 있어요.
Q5.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활동해 보고 싶다는 가장 강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또,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얻은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나 배움도 궁금합니다.A5. 저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하는 방식이 다른 가수 혹은 다른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요. 가장 인상적인 배움은 이런 방식으로 해도 된다는 것 같아요.
Q6. 모든 곡을 싱글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기에 타이틀곡이 없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타이 어 체리'(Tie a Cherry)가 선택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A6. '알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미스 체리(Miss Cherry)에요. '타이 어 체리'는 '미스 체리'의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곡이라 할 수 있고, 그런 모습을 뮤직비디오에 담아냈어요.
'타이 어 체리' 콘셉트 사진. 베리체리 제공Q7. 이외에도 '척'(Chuck), '사이'(Xai), '렛 잇'(Let It), '파라다이스'(Paradise), '마이 웨이'(My Way), '사이렌'(Siren) 등의 신곡이 실렸습니다. 곡의 매력이나 특징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A7. '척'은 제가 MTV 바이브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 느낌을 살린 곡이에요. '사이'는 두 가지 뜻을 의미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를 노래하면서도 셀럽, 아티스트, 퍼포먼스로서의 씨엘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상과의 사이를 이야기하기도 해요. '렛 잇'은 가끔 자신의 뜻대로 컨트롤하기 힘들 때는 그대로 흘려보내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파라다이스'는 제가 천국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어떤 순간들을 노래하고 있어요. '마이 웨이'는 가장 K팝 사운드가 느껴지는 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의 솔로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저의 메시지이기도 하죠. '사이렌'은 연애를 하면서 불이 꺼지지 않게 노력을 할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Q8. '알파' 앨범에 씨엘만의 다양한 목소리, 사운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는 본인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나요. 만족도가 궁금해요.A8. 현재로는 이번 앨범에 만족도는 100점입니다.
씨엘은 팀 '베리체리'를 꾸려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베리체리 제공Q9. 독일 베를린 기반 매거진 '032c' 표지 모델이 된 것이나 최대 패션 행사 중 하나인 미국 멧 갈라에 참석하는 등 패션계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 중입니다. 소감이 듣고 싶고, 패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본인의 작업에 반영하는 편인지 궁금해요.A9. 저는 음악과 춤과 패션은 늘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패션은 CL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고, 늘 저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Q10.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갖고 오랫동안 멋지게 활동을 이어가는 씨엘씨의 모습을 보며 임파워링되는 여성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씨엘씨에게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어요.A10. 꼭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제가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