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주년을 맞은 MBC 관찰 예능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산다' 공식 홈페이지예능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사실 가장 어려운 장르다. 요즘은 예능도 횟수를 정해두거나 시즌제를 도입하고는 하지만, 예능의 생명력은 꾸준히 지켜보며 응원과 사랑을 보내는 시청자에게 많은 부분이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예능이 종영한다면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거나, 예전만 못하거나, 어느 면에서든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파일럿으로 시작했다가 어느덧 방송 8년째를 맞은 MBC '나 혼자 산다'는 대표적인 장수 예능이다. 고정 팬도 많고, 대중적인 인기를 보유했으며, 출연진과 패널은 물론 등장한 물건까지도 큰 화제가 되고, 연예대상 수상자 2인을 포함해 수많은 상의 주인공을 배출했다. 예능 제작진이라면 누구라도 바랄 만한 위치로 보인다.
물론 어느 것에나 양면은 있다. '나 혼자 산다'의 장점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고스란히 약점이 될 수 있다. 인기 있고 화제성이 높은 만큼 이미 보는 눈이 많은데,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지켜본 고정 팬들은 아주 구체적인 피드백을 전한다. 피드백의 주제와 내용은 여러 갈래이고, 날 선 반응도 적지 않다.
'새로움'. 프로그램 초창기 선임 조연출을 맡았다가 올해 2월 오랜만에 '나 혼자 산다'에 돌아온 허항 PD가 지난 21일 오전 진행한 화상 라운드 인터뷰에서 줄곧 강조했던 말은 '새로움'이었다.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다채로운 반응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시청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새 얼굴 찾기', '새로운 실험'을 대안으로 내놨다.
사실 요즘 '나 혼자 산다'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1인 가구의 생생한 '혼자 살기'를 보여준다는 초창기 의도와 다르게 출연진 친목이 강조된다, 과도하게 자극적인 상황 설정 등으로 불쾌감을 준다, 여러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인물을 지속 출연시킨다, 소득 수준이 높은 인물의 집 등을 보여주며 위화감을 조성한다 등 여러 비판이 나왔다.
허 PD 역시 이런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모든 예능이 마찬가지인데, 어떤 사람,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예능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 시청자들한테 되게 좋은 영향을 미치겠다 하는 걸 중시한다. 어느 동네 살고 어느 집 사는지가 아니라 이분의 스토리에 집중해도,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너무 좋은 집만 나오는 거 아니냐, 위화감 느낀다'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저희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 부분 많이 신경 쓰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 '나 혼자 산다'의 주 연출자가 된 허항 PD. MBC 제공본업 관련 논란이나 기행 등으로 구설에 오른 기안84를 지속적으로 출연시키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허 PD는 "기안84씨뿐 아니라 (출연진이)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제가 '나혼산' 맡고 나서도 꽤나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 부분은 제작진이 항상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그런 의도가 아닌데 그렇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더라. 오고 가는 감정을 제작진 입장에서 막 조정할 순 없다. 저희는 논란이 될 법한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항상 검증하는 과정이 있고, 나름의 필터링이 굉장히 촘촘히 있음에도 의도치 않게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나 혼자 산다'의 본방송까지는 꽤 긴 과정을 거친다. 여러 의견을 청취해 '궁금한 사람' 목록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직접 만나 인터뷰한 후에는 그 사람의 집에서 2차 인터뷰, 3번째는 본 촬영, 4번째는 스튜디오 촬영, 이후 최종 시사까지 많은 필터링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최종본'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방송에서 있었던 일로 제작진에게 어떤 비판이 오는 것 이상으로 개인(출연자)에게 굉장히 비난의 화살이 많이 돌아가는 것에 저와 제작진이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리자면,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 비판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고 항상 귀 기울이고 있어요. 하지만 개인을 향한 악플이나 커뮤니티 반응을 그대로 가져오는 기사라든가, 홍보팀이나 저희한테 전화 한 통 없이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 쓰는 경우는 출연자의 상처는 물론 프로그램에도 굉장히 큰 상처를 준다고 생각해요. 개인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이 지적, 비판해주시면 그 점은 저희가 감사히 수용하고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끼리끼리'라는 비판에 관해서는 "'나 혼자 산다'는 멤버십 기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밝혔다. 허 PD는 "(출연진끼리) 도움 주고받고 공감대도 형성하라고 정모도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관찰하게 하니 자연히 우정이 싹트고 케미가 생기고 멤버들끼리 친해졌다. 거기서 뽑아내는 재미가 있고 그런 재미가 부각되다 보니 '싱글 라이프가 주가 되는 프로그램에서 멤버들끼리 웃고 떠드는 게 주가 됐다'는 비판도 많이 접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허 PD는 "어디까지나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삶이 주가 중심이 되고, 멤버십은 (프로그램 안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저희가 멤버십을 더 돈독하게 해서 그 안에서 예능적인 재미를 뽑고, 그런 것보다는 각자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게 저희 포인트다. 멤버십은 부차적인 재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각자의 스토리에 집중하되 멤버십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향을 고민하겠다"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경남, 샤이니 키, 표예진, 남윤수, 아누팜 트리파티, 박재정. '나 혼자 산다' 공식 홈페이지의외인 대답도 있었다. '나 혼자 산다'에는 '고정출연' 개념이 없다는 거였다. 허 PD는 "홈페이지에는 현재 자주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 사진이 올라와 있긴 한데, 고정, 반고정, 고정 아닌 분 이런 개념은 아니다"라며 "제작진은 애초부터 고정 개념을 설정한 적이 없다. 혼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여러 부침을 겪었으나, '나 혼자 산다'는 가능한 선에서 나름의 실험을 해 왔다. 우선, 허 PD는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 반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켰다. 김경남, 남윤수, 박재정, 표예진과 지난주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등 사회 초년생 혹은 독립 초년생, 막 떠오른 스타들을 모셨다. 샤이니 키의 경우, 감각이 좋으며 살림 전반에 능숙한 와중 '지겨와'를 연발하는 뚜렷한 캐릭터를 통해 주요 출연자로 녹아든 사례다.
그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아누팜 트리파티씨는 오랜만에 모시는 외국인 출연자고, 올해 많이 얼굴을 비춘 박재정씨도 갓 독립한 초년생이고 표예진씨, 남윤수씨 등 그분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증이 이는 라이징한 신인 배우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 반응은 '나 혼자 산다'를 만들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다. 허 PD는 "새로운 사회 초년생을 많이 보고 싶다, 젊은 친구들 일상을 많이 보고 싶다 등의 피드백을 들어서 반영하려고 했다. 시청자 피드백은 항상 받고 있다. 칭찬이든, 네거티브든. 기자님들 기사도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 저희가 앞으로도 많이 반영해서 제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팬들이 많고 평가받는 상황도 많아요. (프로그램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굉장히 많은 만큼, 그게 하나의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기존에 사랑해주신 팬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걸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도 해요. 그런 부분이 힘들다면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관심받고 사랑받다 보니 더 잘, 새롭게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나 혼자 산다' 허항 PD. MBC 제공오랜 시간 '출연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 단골로 꼽힐 만큼 위상이 높아졌으나, 제작진 입장에서 섭외는 아직도 쉽지 않다. 프로그램 초창기였던 조연출 시절과 현재 연출일 때 섭외가 더 쉬워졌는지 질문하자, 허 PD는 "사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본인의 가장 사적인 영역인 집을 공개해야 하고 본인에 대해 많이 얘기해야 하고, 출연하는 순간 인터넷상에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부담 느끼는 분들이 많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섭외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강조하거나 공들이는 제1순위는 '현재 (시청자가) 가장 궁금한 분이 누굴까'다"라고 설명했다. 도쿄 올림픽 후 김연경, 오상욱 선수가 나온 것이 한 예다.
tvN '온앤오프', JTBC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 등 스타의 일상을 살펴보는 관찰 예능이 많아진 와중에, '나 혼자 산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허 PD는 "네이버 소개란에 ('나 혼자 산다'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1인 가구를 조명한다고 쓰여 있다. 다큐멘터리는 연출적인 윤색이나 가감 없이 그 사람을 오롯이 보여주는 포맷인 것 같은데, 그 순수성을 지켜온 게 8년 장수의 비법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면 VCR 안에서 빵 터지는 큰 웃음이 있거나, 오디오적으로 꽉 차 있거나 한 게 아니어도 조용히 밥 먹고 낮잠 자고 일상적인 모습도 나온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그 사람의 매력을 오롯하게 보여주는 촬영과 편집을 고수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