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밤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3박 5일간의 미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군1호기 안에서 기자들을 만나 "야당이 종전선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이번 유엔총회에서 밝힌 종전선언의 구상에 대해 직접 상세히 언급했다. '북한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이라며 혹평을 내놓은 야당을 향해 작심하고 반박에 나선 것이다.
"野 반응 보며 종전선언 이해 없구나 생각" 3년만에 기내 간담회서 종전선언 뒷배경 설명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는 공군1호기 안에서 순방에 동행취재한 기자들과 33분간 기내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도중에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2018년 12월 이후 거의 3년만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로 기자간담회가 즉석에서 성사됐다.
우선,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제안에 맞물려 당사국인 미,중,북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언론이나 야당의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참 이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억을 되돌려보면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를 했었다. 미국도 중국도 이미 동의가 있어왔던 것"이라며 "다만 이후 '비핵화'라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어떤 시기에 비핵화의 협상과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대한 문제를 한미 양국간 협의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려 있기는 하지만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평화협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상세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법적 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종전협정에 의해 이뤄지는 관계는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주한미군 주둔은 양국 합의에 의해 하는 것이다. 한미가 필요하면 동맹을 맺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018년, 2020년에 이어 총 세번째 종전선언을 언급했지만 당사국들이 소극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면서도 "과거에는 종전선언 문제가 단순했다면 지금은 북한 핵이 상당히 고도화됐기 때문에 평화협상과 별개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된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와 유엔제재 조치 완화 등의 '투트랙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어느 시기에, 어느정도 효과를 가지고 구사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보다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다들 공감대가 있는 것이고, 남북,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어차피 될 문제"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北, 미국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고조만··대화의 문 열어둔 것"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현재의 정세를 나쁘지만은 않게 판단했다.
'통신선이 끊긴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친서 교환 등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지만 남북이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난번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원래 약속했던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시험 등에서는 모라토리움(핵 유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고조만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북한은 대화의 문은 열어둔채 여러가지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결국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택하는 것이 북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다만 그게 우리 정부에서 이뤄질지 다 못 끝내고 다음 정부로 이어져야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마지막 정상회담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남북 회담이 가능한지는 저도 뭐라 말씀드릴 수 없고, 앞으로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대화하는데 있어 코로나 등 북한의 여러 봉쇄정책이 굉장히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계속 대화 공백이 길어지면 평화나 안정이 흔들리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다시 북한과 대화할 때"라고 북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