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제공 가수 윤도현(49·YB)이 2016년 '헤드윅' 이후 5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작은 세 번째 시즌을 맞은 '광화문연가'(2017·2018)다. 이 작품은 故이영훈(2008년 작고) 작곡가의 명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소녀', '붉은 노을', '광화문연가', '그녀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그가 학창시절 이문세의 목소리로 즐겨 듣던 노래들이다. 윤도현은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모든 곡이 친숙하고 노래에 얽힌 추억도 많아 무대에서 지치지 않고 노래할 수 있다"고 했다. 추억 한 토막도 꺼냈다. "어릴 적, 헤어진 여자친구 집 앞에서 '소녀'를 하염없이 불렀어요. 덕분에 저절로 노래 연습이 됐죠. 하하"
이영훈 작곡가와의 인연도 공개했다. 윤도현은 "이 작곡가와 녹음해본 경험도 있도 대화도 많이 나눴다. 저를 예뻐했다"며 "병상에서 위중한 상황인데도 작곡을 놓지 않았다. 그때 뮤지컬을 만들 생각이라며 저한테 출연을 권유했다"고 회상했다.
CJ ENM 제공윤도현은 죽음을 앞둔 중년의 작곡가 '명우'를 연기한다. 추억여행 가이드 '월하'의 안내로 첫사랑 '수아', 아내 '시영' 등 사랑했던 이들과 일일이 작별하는데, 그 순간 울려퍼지는 윤도현의 목소리는 아련하고 슬프다. "'기억이란 사랑보다'와 '옛사랑'을 부를 때 울컥해요. 전자는 명우가 죽기 전 모든 걸 정리하는 마음으로 부르고, 후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작별하는 순간 부르죠." 신날 때도 있다. "커튼콜에서 전 출연진이 춤추면서 '붉은 노을'을 합창할 때죠."
윤도현은 '광화문연가'가 "자신의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명우는 음악에 미쳐 산 작곡가잖아요. 저도 몇 년 전에 곡을 쓰려고 홀로 입산한 적이 있어요. 창작하기 위해 만든 상황으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모습이 저랑 닮았아요. 하하" 그러면서 "명우는 삶의 무게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떠난다. 추억을 소환하는 명곡의 향연과 함께 이것이 중장년층이 공감하는 포인트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광화문연가 객석은 여느 뮤지컬과 달리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띤다.
명우 역은 윤도현과 함께 강필석, 엄기준이, 월하 역은 차지연과 김호영, 김성규가 번갈아 연기한다. 윤도현이 생각하는 동료 배우들의 매력은 뭘까.
"차지연은 성량이 풍부하고 가창력이 빼어나요. 덕분에 저도 마음 놓고 노래하죠. 김호영은 월하 그 자체에요. 무대를 즐겨요. 김성규는 귀엽고 잔망미 넘쳐요. 음색이 돋보이는 면도 있고요." 명우 역의 강필석에 대해서는 "섬세한 연기의 끝판왕"이라고 치켜세우며 "캐릭터를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엄기준에 대해서는 "연기가 시원시원하고 감정에 푹푹 빠지는 모습이 매력있다"고 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광화문연가를 시작으로 지난 14일 '사랑했어요'(故 김현식 노래)가 개막했고 다음달 15일에는 '미인'(신중현 노래)이 무대에 오른다. 언젠가 윤도현의 솔로곡과 YB의 노래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도 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도현은 "몇 년 전 해당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중단됐다. 재개되면 좋겠다"며 "저희 노래가 뮤지컬로 만들어져도 계속 공연하면서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랜 세월 다방면에서 지치지 않고 활동하는 원동력은 "재미"라고도 했다. "예능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렇고, 저는 제가 하는 일들이 재밌어요. 스스로 즐기면서 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도 와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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