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머지포인트 '환불 현장' 가보니…합의서 들이밀어[이슈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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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환불 현장 사무실 가보니…번호표 뽑고 '와글와글'
"현장에서 환불받았다는 내용 알리지 말아달라"…피해자들에 '합의서' 들이밀어
사측 "온라인 환불은 90%, 현장 환불은 60%만"
피해자들 "왜 환불액이 다른 거냐" 등 반박
환불 처리 너무 오래 걸려…그냥 발길 되돌리는 사람도
환불받은 피해자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머지포인트'의 이용자들이 잔액 환불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우섭 기자'머지포인트'의 이용자들이 잔액 환불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다. 이우섭 기자

"환불 안 해주는 게 원래 저희의 원칙인데…"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12일 오후 5시쯤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본사 사무실 내부엔 잔뜩 화가 난 사람들로 북적였다.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에 항의하는 동시에, 사용하던 포인트의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 받으려 몰려든 피해자들이었다.

피해자들은 환불을 못 받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한 피해자는 어디론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기도 했고, 주변에선 "(환불해줄) 돈 없는 거 아니야?", "환불받은 사람이 없대"라며 우려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날 2천 명에 육박한 상황임에도, 회사 측은 약 70명 정도가 모인 사무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과 관련해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았다. 인파들 사이에선 "이렇게 모여 있어도 괜찮은 거냐"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머지포인트 측의 합의서. 해당 합의서에는 "사업장 방문을 통해 환불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 3자에게 공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우섭 기자피해자들에게 제시한 머지포인트 측의 합의서. 해당 합의서에는 "사업장 방문을 통해 환불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 3자에게 공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우섭 기자
회사 측은 환불 요구를 하는 피해자에게 용지 뒷면에 번호가 적힌 '합의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기 중인 피해자들은 다 받지 못했다. "회사에 종이가 모자라다"는 이유였다. 늦게 온 피해자들에겐 급하게 손으로 써서 만든 '번호표'를 나눠줬다.
 
환불 절차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기다리면 적힌 번호 순서대로 한 명씩 방으로 들어간 뒤, 그 안에서 회사 측과 직접 협상해 환불을 받는 식이었다.

그들이 건넨 합의서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는 칸에 더해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머지포인트' 측에서 제시한 합의서 내용
① 상기 본인은 머지플러스(주) 사업장 방문을 통해 환불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3자에게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② 상기 본인은 이후 머지플러스(주)가 성실과 신의로 환불 대응하였음을 증언 또는 증명해 주시는 것에 동의합니다.
③  머지플러스(주)는 환불 완료 및 1항과 2항의 내용을 증명하는 용도 외 목적으로 상기인의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며, 상기 본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해당 합의서에는 현장에 방문한 사람에게 환불해줄테니,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는 '조건'이 붙었다. 현장에 있던 직원은 "(현장 환불은) 구매 가격의 60%를 환불해준다"며 "이 중 사용 금액은 제외"라고 밝혔다.

현장 환불은 60%, 온라인 환불은 90%라는 회사 측의 공지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우리는 멀리서 온 사람들인데 똑같은 금액을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온라인으로 해줄지 안 해줄지도 몰라서 우리가 평일 오후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해당 직원은 "오프라인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이것은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원래 아예 처리를 안 해주는 게 저희의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환불 신청을 기다리는 피해자들. 이우섭 기자환불 신청을 기다리는 피해자들. 이우섭 기자
문제는 환불 비율만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회사의 느린 환불 처리 속도를 답답해하기도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번호표 '43번'을 받은 시간이 오후 5시 20분쯤. 하지만 1시간여 지난 뒤에도 협상을 진행 중인 피해자의 번호는 '9번'이었다. 한 피해자는 "오늘 어차피 못 받을 것 같다"며 사무실을 나가기도 했다.
 
한 직원에게 "오늘 안에 이분들이 다 받을 수 있겠냐"고 묻자, "하고는 있는데 좀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개인 정보가 있어서 한 명씩밖에 못 들어간다"고 밝혔다. 협상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60% 환불을 원치 않는 피해자들이 더 많은 환불액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배포한 번호표. 회사 측의 느린 환불 처리 때문에 번호표를 받은 피해자들은 "빨리 처리해달라"며 재촉했다. 이우섭 기자현장에서 배포한 번호표. 회사 측의 느린 환불 처리 때문에 번호표를 받은 피해자들은 "빨리 처리해달라"며 재촉했다. 이우섭 기자
결국 오후 5시 37분경 번호표를 받은 피해자들 중 처음으로 환불에 성공해 입금이 완료된 피해자가 나왔다. 이후로도 한 명씩 입금이 완료됐다며 자리를 뜨는 피해자들이 이어졌다.
 
환불에 성공한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시간 30분을 기다려 피해 금액 13만원 가운데 60%를 환불받았다"고 말했다.

60%만 환불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은 없냐고 묻자 "어차피 소액이라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와봤다"며 "그래도 받으니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황당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여성 B씨도 "나한테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황당해했다. 해당 포인트를 구입한 이유를 묻자 "아무래도 싼값이니까 구입하게 됐다"며 "(머지포인트에) 유명한 브랜드들도 다수 제휴돼있고, 다양한 결제처와도 연동돼있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이 꺼진 채로 잠겨있는 다른 층의 머지포인트 사무실. 이우섭 기자불이 꺼진 채로 잠겨있는 다른 층의 머지포인트 사무실. 이우섭 기자
몇몇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사무실 내부로의 진입조차 성공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 건물에 들어섰을 당시, 일부 층의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로 문이 잠겨있었다. 다른 층의 사무실은 회사 직원이 아니면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리지도 않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되돌아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운 좋게 직원을 만난 사람들만 여기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냐"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혼란이 언제 마무리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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