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법: 재차의' 김용완 감독. CJ ENM 제공※ 스포일러 주의 악귀와 주술, 샤머니즘과 전에 없던 '방법'(謗法,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을 선보이며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방법'이 조금 더 확장된 세계관과 속도감 높인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 '방법: 재차의'(이하 '재차의')로 돌아왔다.
'방법 유니버스'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플랫폼을 옮기며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장르적으로도 드라마와 다른 결을 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드라마에 이어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연상호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된 '방법' 세계관에 영화적 아이디어를 더해 구현해냈다.
드라마 '방법' 도중 '재차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김 감독은 연출자로서 설렘과 도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김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연출자로서 느낀 '재차의'의 매력과 영화적 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CJ ENM 제공같은 세계관, 다른 장르의 '방법: 재차의'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 연상호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서 읽어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
김용완 감독(이하 김용완) : 드라마 촬영 후반부쯤, 굿과 오컬트와 악귀에 휩싸여 있던 때 대본을 받았다. 당시 내가 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더라. 세계관은 그대로인데 장르도 많이 다르고 신선하고 재밌긴 했다. 관객들에게 '방법' 세계관을 보여드릴 수 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겠다 싶었다. ▷ '방법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한국형 오컬트 프랜차이즈의 연출을 맡게 됐다는 것도 연출자로서 남다른 기분일 것 같다.
김용완 : 그렇다. 나도 영화만 했던 사람으로, 드라마 연출은 '방법'이 첫 도전이었다. 드라마가 영화화한다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다. 그랬을 때 감독이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배턴을 이어받아 연출했다는 게 영광스럽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제작할 때 관객들이 더 재밌게 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며 각색한 과정이 드라마 보다 더 재밌었던 부분도 있었다.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관객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설레기도 하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CJ ENM 제공
▷ 영화는 드라마 엔딩 이후 3년 뒤 이야기로 넘어와서 시작한다. 드라마를 본 팬들에게는 이어지는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또 영화를 통해 처음 방법 세계관에 진입하는 관객들에게는 낯설지 않게 하기 위해 고려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용완 : 드라마를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 좋아하고 애정을 갖고 궁금해 한 캐릭터가 백소진(정지소)이다. 소진이는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였기에 그가 어떻게 변화했고, 영화에서 어떻게 언제 등장할 지가 궁금하셨을 거다. 나도 영화 대본을 받았을 때 소진이가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소진이가 늦게 등장한다. 많은 분이 영화의 큰 축인 방법사의 모습을 기대할 텐데 너무 늦게 나오는 거 아닌지 고민했다.
결국 영화화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같은 세계관인 만큼 드라마에서 가져와야 하는 설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방법'이었다. 저주는 기존 영화에서 많이 봐왔지만, 소진이처럼 한자 이름과 사진, 물건만으로 몸을 구기는 것은 차별점이다. 그걸 영화에서는 드라마와는 또 다르게 변주해야 했다. 그래서 소진이가 손을 잡거나 몸에 닿아서 방법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정적인 드라마에서 동적인 영화 주인공으로 변화하며 액션 시퀀스도 들어갔다. 재차의의 좀비 액션과 소진이의 주술 액션이라는 액션의 차이도 뒀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CJ ENM 제공오컬트 기반 소재에 액션 강화해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 더하다
▷ 영화 속 강화된 액션은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만의 재미를 위한 부분이지 않나 싶은데, 영화만이 가진 강점을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나?
김용완 : 기술적인 여러 부분에서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재미였다. 영화는 2시간 안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극장에서 사운드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돌비 애트모스(돌비 연구소가 개발한 객체기반 3D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로 작업했다. 예를 들어 재차의의 발소리 등을 극장에서 보고 들으면 더 재밌다.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드라마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너무 어렵거나 이해가 안 돼서 몰입이 깨지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편하게 보면서 롤러코스터 탄 것처럼, 그리고 열차에서 내렸을 때 휴머니즘적인 한 지점만 마음에 닿으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 강시 같기도, 좀비 같기도 한 '재차의'라는 되살아난 시체가 이번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이면서도 기존에 잘 알려진 K-좀비와의 차별화가 숙제였을 것 같은데, 재차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건 무엇인가?
김용완 : 연상호 작가가 워낙 좀비 영화에 특성화됐는데, 이전과 똑같은 K-좀비 느낌으로 가면 답습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본인도 고민이 많았다. 나 또한 또 다른 좀비가 나오면 재미 없고 안일한 선택이었을 거다. 되살아난 시체라는 설정이 좀비와 비슷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존재라는 느낌이 드는 게 중요했다.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 기회니 전에 없던 걸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의상도 움직임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두꾼이라는 인도네시아 주술사가 만든 일종의 흙 인형인 재차의의 움직임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터미네이터나 꼭두각시와 비슷할 것이라 봤다. 그러나 정답이 없기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여러 레퍼런스를 두고 작업한 훈련 영상을 보면서 답을 찾아갔다. 기술 시사를 했는데 스태프들이 너무 만족스러워 하더라. 반신반의했는데, 움직임과 액션이 재밌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관객들도 그 부분을 재밌게 느끼면 좋겠다.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CJ ENM 제공▷ 타깃을 쫓는 재차의 군단의 특성이 잘 드러난 카체이싱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수의 차가 일사분란하면서도 빠르게 목표물을 뒤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용완 : 똑같은 회색 옷을 입은 재차의 군단 모습은 이미지적으로 강렬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재차의가 운전하면 운전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시나리오에는 오토바이, 택시 등 여러 차종이었는데 카체이싱도 압도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주황색 서울 택시로 설정했다. 이 부분을 촬영 감독, 무술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자동차 액션은 이미 앞서 잘 나온 작품이 많으니 우리는 이미지적으로 차별화되는 게 유의미할 거 같다고 했다. 자동차 액션은 정교하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기에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리고 재차의가 택시에서 나와 목표 차량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는데, CG로 하면 편할 수 있겠지만 CG 티가 날 수 있다. 그래서 재차의 액션 시퀀스의 90% 이상은 액션팀이 직접 했다. 액션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덕분에 자연스럽고 실감 나는 액션이 나왔다. 정말 너무 고맙더라.영화 '방법: 재차의' 김용완 감독. CJ ENM 제공무한 확장 가능성 지닌 '방법 유니버스'
▷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엄지원, 정지소와 함께했는데, 연달아 작품을 하면서 발견한 두 배우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김용완 : 엄지원 배우의 장점을 발견했다고 말하긴 송구스럽다. 워낙 프로페셔널하고, 현장에서 주변 사람을 잘 챙겨줘서 큰 누나 같은 느낌이 있다. 정지소 배우는 백소진 캐릭터 자체가 일반적인 인물도 아니고 어려운 캐릭터인데, 드라마부터 3년 뒤 소진까지 세심하게 잘 그려냈다. 그리고 이설 배우 역시 후반 장면을 과하지 않게, 신파스럽게 않게 잘 연기해줬다. 지금 언급하지 않은 다른 배우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 새롭게 합류한 배우 권해효, 오윤아도 영화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배우와 함께 작업한 현장은 어땠나?
김용완 : 권해효, 오윤아 배우도 연기가 너무 훌륭하고 베테랑이다. 재차의와 두꾼은 어떻게 보면 희생자다. 연출자로서도 그들을 볼 때마다 슬펐는데, 그렇기에 오윤아 배우가 맡은 변미영이 분명하고 더 악인 같이 보여야 했다. 변미영은 자신의 욕망에 빠져서 누군가의 생명인 소중한 가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걸 엄청 소름 끼치고 무섭게 표현해냈다.
그리고 권해효 배우가 맡은 이상인 캐릭터는 조금 더 결이 다르다. 악인의 롤을 갖고 있지만, 도덕적으로 성찰하는 부분도 있고 죄책감고 갖고 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 나갈 것인지 디테일이 있는데, 이러한 디테일 하나하나를 색깔이 다르게 가져갔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에는 대기업의 횡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도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장르 안에 잘 녹여내면서도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출적으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용완 : 워낙 연상호 작가가 사회 문제를 의식하는 부분이 있다. '재차의'는 위계 사회, 조직 사회 속 현대인의 아둔한 선택이 담겨 있다. 주제 의식이 더 도드라질 수 있는 부분 중 편집된 장면도 많다. 속도감이 빠른 영화인데 주제 의식에 대한 설명이 많아지면, 오락 영화로서 진입장벽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도 있었다. 작가님한테 연출자로서는 죄송하지만, 오락영화로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게 있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이번 영화 '재차의'가 앞으로 펼쳐져 나갈 '방법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작품이 될 거라고 보는가?
김용완 : 연상호 작가의 '방법' 유니버스는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고, 또 곧 만들어지는 스핀오프 '괴이'도 있다. 매체는 다양하게, 장르도 오컬트에서 액션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여러 장르로 파생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뭐가 나올까, 어떤 장르일까 궁금증을 일으키는 부분도 기대된다.
'재차의'에 쿠키 영상이 있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놨다. 쿠키를 보며 드라마를 보셨던 분은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됐다. 한 작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지며 보는 분들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게임이나 웹툰으로 나올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작품 자체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거 같다. ▷ 영화 '재차의'를 조금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을 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김용완 : 일단 오컬트 공포 장르에 매몰돼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장르를 넘어서 극장에서 시원하고 재밌게, 편하게 즐기면 좋겠다. 소소한 재미, 새로운 볼거리가 있고 마지막 한 컷에 감정적으로 닿는 휴머니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영화에서 끝이 아니라 드라마도 있다는 데 관심을 갖고 다시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