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디즈니의 대표 어트랙션 중 하나인 <정글 크루즈>가 에밀리 블런트와 드웨인 존슨의 티키타카가 빛나는 경쾌한 액션 모험극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가치들을 담아내서 말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에게 어느 날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진다. 고대 전설을 쫓아 아마존에 온 릴리는 프랭크에게 거액을 부르며,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의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한다.
프랭크와 릴리, 그리고 릴리의 동생 맥그리거 하우튼(잭 화이트홀)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험을 겪으며 티격태격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릴리와 프랭크는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에서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진다. 그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바로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는 공식을 따르는 것이다.
디즈니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디즈니가 새롭게 내놓은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는 '캐리비안 해적'이 그러했듯이 1955년 7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디즈니랜드와 함께 탄생한 후 디즈니랜드 대표 명물 중 하나가 된 어트랙션 <정글 크루즈>가 가진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어릴 적 누구나 동경했던 테마파크 속 신비로운 전설과 매력적인 캐릭터 가득한 어트랙션에서 탄생한 영화인만큼, '정글 크루즈'는 일종의 향수를 자극하는 지점이 가득하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책이나 이야기 속 전설과 모험을 그려봤을 테고, 그 안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꿈을 꿨던 사람들, 동화 같은 테마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정글 크루즈'는 어릴 적 꿈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디즈니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어릴 적 꿈과 환상을 채워주는 것 외에도 영화는 최근 디즈니의 행보 속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추구도 담겨 있다. 기존의 어트랙션을 스크린으로 옮겨 오면서 단순히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가 추구하는 사회상, 다시 말해 여성의 지위와 역할의 변화와 인종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영화 안에 녹아있다.
1917년을 배경으로 하는 '정글 크루즈'에서는 영화 초반 당대 여성들이 능력을 지녔음에도 사회적 진출에 큰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위치할 수 있는 장소조차 남성들과 분리되어야만 했다. 또한 극 중 릴리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인 릴리가 '바지'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를 향한 시선에 불편한 기색들이 느껴진다. 프랭크는 이를 직접 입으로 이야기하며, 당시 여성이 갖는 지위와 역할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릴리는 이러한 관습과 편견을 뚫고 능동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평온한 수면 위에 던져진 돌 마냥 자신을 향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꿈과 모험을 향해 돌진한다.
때로 그가 보이는 모험심이나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 어딘가 부족한 듯한 액션은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게 한다. 20세기 초 여성의 지위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영화 속 모험가는 남성에 한정됐던 시대가 있다. 릴리는 이처럼 영화 안팎의 시대적 상황은 물론이고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의 영화가 가진 남성 모험가 캐릭터 대한 고정관념마저 무너뜨린다. 또한 여성의 캐릭터가 반드시 완전무결해야 할 필요도 없음을 보여준다.
디즈니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아마존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지만, 남자 주인공이자 크루즈의 선장 프랭크 역시 비백인 남성이다.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의 구성은 물론 극 중 원주민들의 모습 역시 미디어에서 그려냈던 전형적이고 고정관념 섞인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처럼 과거의 꿈과 전설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그 안에 더 큰 이야기와 가치를 담아낼 수 있음을 '정글 크루즈'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을 끌어내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배우들의 호흡이다. 릴리 역 에밀리 블런트와 프랭크 역 드웨인 존슨, 여기에 맥그리거 역 잭 화이트홀의 티키타카가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자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인 프록시마도 빠질 수 없다. '이 동물'은 크면 클수록 귀엽다는 가설을 다시금 사실로 확인시켜 준다.
이야기의 구성에 비해 다소 긴 러닝타임이 단점이지만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호흡, 액션과 유머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관객들을 아마존 위 프랭크의 크루즈에 안전하게 탑승시킨다. '인디아나 존스' '로맨싱 스톤' '아프리카 여왕'과 같은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향수를 자극할지도 모른다.
127분 상영, 7월 28일 오후 5시 개봉, 12세 관람가.
디즈니 액션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