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 바이두 캡처지난 16일부터 중국 허난성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상처가 크다. 22일 허난성 비상관리국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103개 현·시·군과 877개 향·전에서 300만 명의 이재민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도 33명으로 늘었고 8명이 실종되었다. 63만 명이 대피하고 215만 헥타아르의 농장물이 피해를 입는 등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액이 12억 2천만 위안(약 2천억 원)을 넘었다.
수해의 직접적 원인은 국지성 집중호우
폭우가 중국을 강타한 가운데 허난(河南)성 신샹(新鄕)시에도 지난 21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한국인 여성이 고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선옥경 허난사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가 고립된 허난성 샨싱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허난성 정저우보다 좀더 북쪽에 있는 신샹이라는 곳에는 17일 오전 8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907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정저우의 1년 강우량이 640mm인 점을 감안하면 약 1년 반 동안 내릴 비가 4일에 쏟아진 셈이다.
정저우에도 20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201.9mm의 비가 쏟아졌다. 이 강우량은 1시간에 9개의 시후(西浩·항저우에 있는 거대한 호수)가 쏟아지는 것과 같은 양으로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선 기상 예보가 틀렸다. 허난성 기상당국도 지난 15일부터 곧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는 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틀렸다.
기상 당국은 17일 예보에서 이틀 뒤인 19일에 정저우에서 북쪽으로 멀지 않은 지아오주어(焦作)에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최대 500mm의 비가 올 것이라며 저지대 주민들이 대피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우는 하루 뒤에 인구 1200만 명의 대도시인 정저우를 강타했다.
허난성은 이번 폭우로 33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사고 지점과 원인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망 경위가 제대로 알려진 정저우 지하철 5호선에 갇혀 있던 500여 명의 승객 가운데 1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저우 5호선 차량기지에 물이 넘쳐나면서 2.8km 떨어진 철로구간으로 물이 흘러든 경로. 신경보 캡처 지하철 5호선 침수는 정저우 5호선 차량기지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2.8km 떨어진 샤코로우역 철도 차량 출입구에 세워진 침수 방지벽을 부수고 본선 구간으로 흘러들면서 발생했다.
이상한 것은 6시 10분에 5호선 운행 중단 명령이 내려진 뒤 2시간이 자나 서야 구조대가 물이 차오르는 전동차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당시 열차 안에 갇혀 있던 승객들이 스마트폰 이용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이 차오르는 차량 안에서 산소 부족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승객들은 이후에도 두 시간 뒤에야 완전히 구조될 수 있었다. 하마터면 엄청난 인재로 기록될 뻔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생명·재산상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지하철 운행 중단과 관광지 폐쇄, 휴업·휴교 등의 조치를 과감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난성 지하철 당국의 결정 과정이 감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영 매체 물난리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도마에
지난 20일 중국 중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물에 잠긴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2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허난성 당국은 이번 비를 '5천 년 만의 폭우'라고 표현했지만 피해가 가장 컸던 20일에도 허난위성TV에서는 항일드라마가 방송돼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베이징외국어대 퇴직 교수 잔장은 20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허난위성TV는 항일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웨이보를 통해 "허난위성TV 간부들이 조금이라도 인간미가 있고 책임감이 있다면 제발 항일 드라마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재난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난 구호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위챗을 통해 허난성 물난리가 처음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으나 중국중앙(CC)TV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대신 독일과 유럽 홍수 소식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관련 기사 댓글에도 "기상캐스터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주요 신문도 재난 헤드라인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 TV는 생방송으로 재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야 할 때 버라이어티 쇼를 실행하고 있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 재난은 '침소' 외국 사례는 '봉대'
지난 21일 폭우로 물에 잠긴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연합뉴스중국 관영 매체들의 이런 모습은 독일 등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인한 피해를 자세하게 전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하순에 발생한 미국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는 시시콜콜하게 보도했지만 허난성의 한 무술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18명이 사망한 사건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뒤늦게 수해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군인·경찰·소방대의 구조 활동이나 폭우 속 열차에 갇혔던 승객들이 어린이들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안정감을 찾았다는 식의 미담 위주의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