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스프링클러 '미작동 8분'…논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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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경기소방본부장 "스프링클러 8분 미작동" 논란 점화
"평소 화재경보 오작동 많아" 증언 등 논란 확산
폐쇄형 스프링클러, 높은 층고 열기 감지 지연…정상 작동 가능성
"물류창고, 스프링클러 꺼 놓는 경우도 많아"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는 모습. 이한형 기자

 

스프링클러 미작동 '8분' 논란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상규 본부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 20일 고(故) 김동식(52) 구조대장의 빈소에서 이 본부장은 장례식장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화재 경보와 관련한)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오작동이 많아서 화재경보가 한 번 울렸을 때는 다들 피난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건 가짜'라고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본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사고의 총 책임자의 발언인 만큼 여파는 컸다.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스프링클러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쿠팡 측이 고의로 스프링클러를 차단해 놨다가 뒤늦게 작동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은 쿠팡 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소방당국은 정확한 작동 여부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8분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쿠팡 근무자 목격담에서 시작된 '8분' 논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 본부장은 화재 초기보고를 기반으로 8분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의 화재보고는 초기, 중간, 최종보고로 나눠진다. 이 중 초기보고는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의 조사와 화재 목격자 등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다.

소방대는 현장에서 스프링클러 작동을 확인했으나, 쿠팡물류센터 근무자들은 앞서 8분 정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시작된 8분 논란은 쿠팡물류센터에서 평소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다는 증언들을 타고 더욱 커졌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이번 화재 사고 최초 목격자라고 밝힌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화재 당일인 17일 5시 10분~15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당연하듯 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멈출 수 없었다"며 "이유는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5시 26분쯤 퇴근하고 1층 입구로 나가는데 어디선가 연기가 계속 쏟아져 보안요원에게 급히 알렸다"며 "하지만 보안요원은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된다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스프링클러는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함께 작동하도록 설정돼 있다.

쿠팡 측이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걸 막기 위해 고의로 차단해놨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류센터 내 설비나 물품이 젖는 걸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를 꺼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화재 발생 직후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부는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둔 스프링클러는 지연 작동됐다"며 "평소 화재경고방송 오작동이 많아 현장 노동자들은 당일 안내된 경고방송도 오작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8분 오작동 vs 정상작동 가능성은?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정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했으나, 물을 뿌리는 데까지 8분가량이 지연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건물의 높은 층고다.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평균 72도의 열기를 감지해야 작동한다. 하지만 물류센터처럼 층고가 높을 경우, 열기가 천장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실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천 쿠팡물류센터 지하 2층의 높이는 10m다. 일반 가정집 층고가 평균 3m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이천 쿠팡물류센터 층고가 10m 정도 되는데, 일반 건물의 층고는 3m정도"라며 "열기가 천장에 달려있는 스프링클러까지 오는 데 다른 건물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 과정에서 8분가량이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의 작동 방식도 변수다. 스프링클러는 열을 감지하면 모든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물을 뿌리는 개방형과, 열을 감지한 스프링클러에서만 물이 나오는 폐쇄형이 있다.

불이 난 쿠팡물류센터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폐쇄형이었다. 때문에 가장 먼저 열을 감지한 스프링클러는 작동했으나, 다른 스프링클러는 뒤늦게 작동해 8분간 차이가 느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류센터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해야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프링클러 8분 논란의 진실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스프링클러 미작동 논란은 전체 사고의 일부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1일 고(故) 김동식 대장의 영결식에서 경기남부경찰청 김원준 청장은 "화재가 크고 (당시) 완진도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를 보고 사건 전체를 판단할 순 없다"며 "정밀감식을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휘발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공 교수는 "물류창고 화재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소방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물류창고와 관련해 스프링클러나 화재설비 등 특별한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창고는 내부 적재물이나 기기 손상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꺼놓는 경우도 많다"며 "물류창고처럼 층고가 높은 건물에선 화재 감지 시 한 번에 전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개방형을 설치해 사전에 막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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