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살인' 피해자, 갈비뼈 골절 중상에도 경찰 '불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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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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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부러지는 중상에 전치 6주 진단
상해 진단서 등 제출했지만 '불송치'
가혹행위 시달리며 '고소 취하' 밝혔단 이유
피의자 김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드러나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연남동 오피스텔 사망 사건 피의자. 연합뉴스

 

서울 마포 감금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피의자 2명을 경찰에 상해죄로 고소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전치 6주 상당의 진단서를 제출받고도 친구들의 강압에 의해 허위로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힌 피해자의 말만 믿고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갈비뼈 부러지는 중상에 전치 6주 진단 받은 피해자

18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에 따르면 마포 감금 살인사건의 피해자 박모(20)씨와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8일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피의자 김모(20)씨와 안모(20)씨를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갈비뼈를 골절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상태였고 이를 구두로 확인했다"며 "지난해 11월 22일 피해자가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해 진술했다. 고소장은 아버지가 박씨를 입원시킨 뒤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영등포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4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가출 신고가 접수된 상태라 강요 등이 있었는지 물었으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개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갔는데 잘 곳이 없어 친구와 같이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박씨는 지난해 11월 4일 편의점에서 음료수 1병을 훔치다 점주에게 걸려 서울 양재파출소로 임의 동행되면서 고향인 대구로 내려갈 수 있었다.

박씨는 당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0.2도로 때 이른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는데도 반팔 차림에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박씨를 피의자들이 데려가겠다고 찾아왔으나 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관이 이를 거부했다. 대신 지방에 있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락해 박씨를 인계했다.

박씨는 아버지와 대구로 내려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피의자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피의자들의 주거지 관할권 문제로 같은 달 2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 박씨의 가족들은 영등포서에 전치 6주의 상해진단서와 상처 사진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혹행위 시달렸는데, '고소 취하'만 믿고 '불송치'

연합뉴스

 

경찰은 이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지난달 27일 사건을 불송치했다. 박씨가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씨는 당시 피의자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등포서는 지난 1월 24일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피의자들은 3월 말 박씨를 서울로 데려왔고 피해자가 사망한 이달 13일까지 가둬둔 채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학대했다.

이들은 수사도 방해했다. 영등포서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2차례 전화를 걸었을 때 '지방에 있다'고 거짓말하게 시키고 전화를 못 받게 했다. 지난달 3일에는 담당 형사에게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히는 문자를 보내도록 강요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피해자 가족들을 상대로도 협박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영등포서가 지난달 27일 상해 고소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한 경위에 잘못이 없는지 감찰에 착수했다.

◇119 신고 녹취록 보니 "며칠 전부터 상태 안좋다" …피의자 김씨와 동창

연합뉴스

 

아울러 CBS노컷뉴스는 지난 13일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안씨가 119에 전화를 건 녹취록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을 통해 확보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6시 7분쯤 피의자 안씨는 "같이 살고 있는 친구가 위험하다"며 119에 신고를 한다.

안씨는 "친구가 며칠 전부터 음식 같은 거 (먹고) 속이 안 좋다고 한다"며 "어떻게든 해서 먹였는데 잘 안 먹고 막 올라온다"고 말한다. 상황요원이 자세한 상태를 묻자 그는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의식도 없고 (숨도) 안 쉬는 것 같다. 심장을 만져보고 그거 했는데…."라고 대답한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는 오전 6시 17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출동 당시 박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피의자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지만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었다고 한다. 하악강직과 양손의 시반도 나타난 상태였다.

피해자 박씨는 김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구 사이였다. 김씨와 안씨는 중학교와 대학교 친구로 서울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다. 박씨는 지방대에 재학 중이었는데 지난해 7월 김씨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라를 찾았다가 안씨와도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피의자들의 주거지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말 새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파악한 뒤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오는 21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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