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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여성 부사관이 상급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후 조직적인 회유와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들은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여가부는 1일 입장문을 내고 "공군 부대 내 성폭력 사망 사건 발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 과정과 전반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현장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국방부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충남 서산의 한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A중사는 지난 3월 선임 장모 중사의 요구로 저녁 자리에 강제로 불려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그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중사는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하고 자발적 요청으로 부대도 옮겼으나, 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신고할 테면 해보라'며 비웃고,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같은 군인인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A중사를 설득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 가해자 구속 수사·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군인권센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성추행은 지난 3월 2일에 벌어졌고,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지난달 말이다. 무려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군은 무엇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는 피해자가 피해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모든 과정을 망라해야 한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피해자 보호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사건이 언론에 나오고 나니 국방부 장관이 나타나 호들갑을 떨며 엄정 수사를 하겠다고 머리를 숙이지만 왜 피해자가 살아있을 땐 그렇게 하지 못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대한 즉각 구속, 사건을 조작·축소·은폐하고자 2차 가해를 일삼은 이들과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지휘관에 대한 엄중 수사와 문책을 요구한다"며 "특히 피해자가 사망하고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구속조차 되지 않을 경우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이날 오후 국방부 민원실에 직접 제출했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수사 TF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