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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이재명과 고졸청년, 그리고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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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 한다면,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 없어야"
중앙정부의 한해 대학지원 총액 13조7520억원…고졸자는 '소외'
"대학생활보다 생애경험이 훨씬 더 '큰 교육'일 수도"…英·美는 고졸 후 '다양한 지원'
"고졸자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단정적 보도와 '이재명 때리기'…"지엽 왜곡해 본질 조작한 정치적 공격"
노무현 "공직자가 창조적 상상력 가지면 국민이 행복"

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등이 고졸 취업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고졸 취업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

이재명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고졸 청년문제'에 대한 평소 자신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첫째, 왜 청년들을 '실적' 대신 학력과 같은 '형식'에 따라 차별하는가?
둘째, 왜 대학에 입학한 청년과 달리, 고졸 청년에 대해서는 지원제도가 없는가?
셋째, 대학진학과 이를 포기하고 선택한 '생애경험', 이 둘 가운데 어떤 것이 그 사람의 일생에 더 도움이 되는가?

◇"같은 일 한다면,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 없어야"

이 지사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먼저 "똑같은 일을 한다면, 학력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개인의 생산성이나 역량과 같은 실질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형식적인 학력으로 임금을 차별한다.

실제 고졸과 대졸의 평균 임금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정규직 기준 고졸과 대졸의 월급 차이는 98만2천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104만9천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특성화고 461개교와 마이스터교 45개교, 일반고 직업반 70개고를 포함한 전국 576개 직업계고 졸업생(8만9998명)의 취업률은 27.7%에 불과했다. 반면, 졸업자 중 42.5%가 대학을 선택했다. 취업자보다 14.8%포인트나 높다.

이 지사는 "지금은 대학을 안가면 제대로 대우를 안해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진학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학력에 따른 큰 임금 격차는 초중고 교육환경 왜곡과 입시과열, 대학서열화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모두 국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회적 손실이다.

우리와는 달리 독일은 강소기업이 튼튼한 경제구조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숙련노동에 대한 존중과 충분한 보상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중앙정부의 한해 대학지원 총액 13조7520억원…고졸자는 '소외'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지사는 또 "대학생은 장학금 등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대학에 안 간 사람도 똑같은 청년이자 이 나라 국민인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19년 회계기준으로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총액은 13조7520억원으로 전년보다 4668억원 늘었다. 국공립대학은 평균 1109억원, 사립대학은 215억원의 재정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학교별 지원액 평균은 국공립대학이 56억원, 사립대학이 6억 2천만원이었다.

각 대학은 이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가동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졸 청년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조직화된 대학과 달리 '파편화'된 고졸 청년을 챙길 시급한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고졸 청년에 대해서도 대학생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면, 결국 본인들의 역량도 강화하고 좋은 인생 경험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활보다 생애경험이 훨씬 더 '큰 교육'일 수도"…英·美는 고졸자에 '다양한 지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대학진학과 이를 포기하고 선택한 '생애경험', 이 둘 가운데 어떤 것이 그 사람의 일생에 더 도움이 되는가?

이 지사는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4년간 대학을 다니는 것'과 '4년간 세계일주를 하는 것'을 하나의 예로 제시했다.

그는 선택을 놓고서는 "참 모르겠다"면서도 "저 같은 경우는 '각자가 원하는 바를 한번 해보는 그 생애경험이 훨씬 더 큰 교육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본인이 원한다면, 대학생활 대신 자신이 인생에서 반드시 해보고 싶은 경험을 쌓는 것도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의미있는 일이며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은 고졸 후 갭이어(gap year)를 갖고 오지체험, 여행, 봉사, 진로탐색 등을 통해 적성과 진로를 찾고 역량개발을 하고 있다.

이어 이 지사는 협약식 참석자들에게도 "세계여행비를 한 1천만원씩 좀 대학 안 가는 대신에 지원해주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웃으면서 묻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이날 행사장에서 마지막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그는 "고졸자도 4년동안 현실에서 기술을 쌓고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상이 대졸자와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확신만 준다면 누가 우회로를 택하겠느냐"면서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정적 보도와 '이재명 때리기'…"지엽 왜곡해 본질 조작한 정치적 공격"

그런데 이 지사의 '세계여행비 1천만원 지원' 관련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지사가 '대학을 안 가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로 1천만원을 지원해주자'고 제안했다"고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설명없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보도가 이어지자 야당에서도 '허경영 정책 벤치마킹, '전형적인 포퓰리즘', '사탕발림 공약' 등과 같은 거친 언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이 지사의 발언을 '공식적인 정책 제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나온 가벼운 발언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경기도가 협약식 행사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세계여행비 지원 관련 내용은 없다. 또 현재 경기도 내에서 관련 정책이 검토나 진행된 사실도 전혀 없다. 그의 발언 내용도 '제안'이 아닌 의견을 구하는 '질문'의 형식이다.

이 지사도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일주 체험은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대학 미진학 청년 지원정책을 난상토론하는 자리에서 지원방법의 다양성을 논의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라며 "지엽을 왜곡해 본질을 조작한 정치적 공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공직자가 창조적 상상력 가지면 국민이 행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조적 상상력'은 이제 학자나 기업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에는 정가나 관료사회에서도 혁신과 국민 행복을 위해 자주 강조되고 있는 단어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2005년 11월 중앙공무원육원에서 열린 신임 사무관들을 대상 특강에서 "공직자가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으면 국민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공직자가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다. '창의력'과 '말'이 발전적 토론의 밑거름이 되지 못하고 상대방 공격의 빌미로만 활용되는 풍토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도 '집권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말의 무게감이 다른 만큼, 발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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