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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 "사망 전날 정인이, 모든 걸 포기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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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할 때 양부 면담해 영양제라도 맞아야겠다고 말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정인양의 상태를 봐온 어린이집 원장이 법정에서 정인양 사망 전날의 상태를 전했다. 원장은 "그날 정인이는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다"며 "아이 아빠에게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전날의 상태를 진술했다.

양부모는 정인양을 지난해 7월 16일경부터 9월 23일경까지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아이는) 아프리카 기아처럼 말라있었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등원했다"며 "어린이집을 다니는 일주일 동안은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상태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양부모는 가정보육을 한다며 정인양을 또다시 등원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인양의 상태는 더 심각해져 있었다.

이날 법정에는 정인양이 숨지기 전날인 10월 12일 어린이집에 왔을 때의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정인 양은 힘없이 교사들에게 계속 안겨 있었다. 교사들이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는 "(정인이는) 맨발로 왔고 손발이 너무 차가워 양말을 신겨줬다"며 울먹였다. 이어 "(아이) 스스로 움직여서 이동할 수 없었다"며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많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이상했다"며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인양은 이유식도 먹지 않고 도로 뱉어내고, 소·대변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A씨에게 당일 정인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A씨는 당일 정인양을 데리러 온 양부 안씨를 불러 면담했다고 밝혔다. 정인양의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A씨는 "하원할 때 아버지(안씨)가 와서 잠시 들어오라고 했다. 오늘 하루 정인이의 상태를 말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영양제라도 맞아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안씨는 "네"라고만 답한 뒤, 정인양을 세워보고 걷게 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상태에 대해 (안씨가) 구체적으로 걱정했냐'는 검찰 측 질의에 A씨는 "다시 질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 양부모의 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 지난해 9월 23일에는 두 달 만에 등원한 정인양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을 확인하고 근처 소아과에 내원했다. 당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두 건을 모두 내사종결하고 부모와 정인양을 분리조치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안씨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행 기간을 일부 변경했다. 안씨는 지난해 3월경부터 10월 8일까지 장씨가 빈번하게 주거지나 자동차 안에 정인양을 혼자 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씨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와 분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정인양을 방치한 행위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정인양의 상태가 심각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거나, 폭행을 제지하지 않고 장씨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그대로 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지난해 4월 5일 정인양의 팔을 꽉 잡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1차 공판에서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안씨에게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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