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5·6연패 싫거든 '김종인의 길'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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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이명박 박근혜 덫에서 빠져나올 길을 열었다
野 김종인 길, 與에도 승리길이다
선거는 중도 15%를 지향하는 게임
野, 끌려가더라도 가야만 하는 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와 함께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어제까지의 국민의힘은 어두웠다.

그런 국민의힘에 오늘은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불법적 국정운영과 구속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세력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보수 야당에서 과오에 대해 사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바로 사과를 하려 했으나 반발을 의식해 미루다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결행한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는 발언은 미래통합당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숙하지 않고,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4년여 동안 한 번도 '국민께 죄송하다'는 사과는커녕, 마치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득의양양하며 교만했다.

지난 4월 총선 공천과 선거운동은 그 끝판왕의 모습이었다.

정부여당의 흠을 트집 잡아 침소봉대하며 부풀리기에 급급하다 10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이라지만 41.5%의 총선 득표율은 국민의힘이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음을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이날 김종인 위원장의 '통렬한 반성'은 여전히 수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의 현주소를 적시하는 것이자 미몽에서 깨어나자는 외침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19일 광주5.18 국립묘역을 찾아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전두환 신군부의 국보위에 참여했지만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1970년 12월 7일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 위령탑(폴란드 바르샤바)을 찾아 헌화를 하던 중 털썩 무릎을 꿇고 한 묵념을 연상시켰다.

김 위원장은 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두 차례의 공식 사과를 했다.

가식이 별로 없이 거침없는 언행을 하는 스타일의 김 위원장의 사과이고 보면 진정성이 느껴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7년 당시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도 "탄핵 정당으로서 대통령 후보를 내지 말고 사과를 하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영어의 몸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을 사과한 것은 국민의힘의 미래지향적, 이른바 정권 탈환을 위한 테이프를 끊은 것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과거를 털어낸 김 위원장은 이제부터는 전열을 정비해 강경한 대여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반성과 사죄는 가깝게는 내년 4월 7일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1년 5개월여 뒤인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과거사 정리로 읽힌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반성과 사과를 통해 국민의힘의 과거사가 씻은 듯이 사라지질 순 없다손 치더라도 형식적이나마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굴레에 계속 갇혀 있을 때가 선거 승리를 포함해 여러 면에서 수월했다는 판단을 할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으로선 악재 중의 악재인 두 전직 대통령의 덫에서 빠져나올 길을 열었고, 당의 새 얼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의 실정과 오만에 따른 반사이익이 아닌 자력으로 생환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라도 언필칭 여당인 민주당과 엇비슷해지고 있다.

'김종인의 길'이 때론 수구적인 모습의 국민의힘엔 낯설고 기득권 파괴를 불러오더라도 생존과 정권을 위해선 갈 수밖에 없는 지난한 길이다.

독일 기민당이 헬무트 콜 총리의 16년에 이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15년이라는 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것도 보수 꼴통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고 늘 변화와 중도 지향, 연정의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미국은 겨우 10% 이내, 한국은 15%라는 중도지향적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면 실패할 확률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곤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종인의 길'은 이념과 신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중도 우, 중도 좌를 왕복달리기 하며 균형 유지와 실용이 뼈대가 아닌가 여겨진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6년 패색이 짙던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등장해 문재인의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준 것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원을 끌어낸 결과였다.

당시에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었으면 민주당은 지금의 국민의힘에 패했을 것이라는 덴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국민의힘이 좋은 싫든 '김종인의 길'로 따라가든 끌려가든, 그렇게 해야만 5연패나 6연패를 당하지 않을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5.18과 이명박·박근혜 정권 반성과 사과를 김종인 개인사로 치부하거나 도로 회귀할 경우 국민의힘의 미래는 먹구름뿐일 것이다.

민주당 역시 정권재창출과 내년 서울·부산시장 승리의 해답을 '김종인의 길'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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