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가족 부부. (사진=고상현 기자)
16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의 복지급여를 가로채고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큰아빠가 2심에서 동생 가족의 용서로 풀려났다.
10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모(7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구속 재판을 받아온 고씨는 선고 직후 풀려났다. 경찰에 구속된 지 7개월여 만이다.
재판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의 복지급여를 횡령하고 상해를 가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하면서도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해 형을 감면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앞서 1심 재판부터 "잘못했다. 수형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동생네 가족을 잘 돌봐주겠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2심 선고에 앞서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고씨는 2004년부터 올해 2월까지 16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의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비, 중증장애인교통비 98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아울러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동생 아내(56)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서귀포시 모 식당에서 설거지 등의 일을 시키고도 급여 4400만여 원을 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지난해 10월 21일에는 서귀포시 모처에서 동생(61)과 조카(24‧여)를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 가족이 사는 아파트 내부 모습. 벽면에 곰팡이가 슬고 벽지가 누렇게 변색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앞서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큰아버지인 고씨가 동생 부부, 조카로 이뤄진 지적장애 가족의 복지급여를 횡령한 데 이어 노동력을 착취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밖에 고씨는 동생 가족이 사는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 수시로 찾아가 "왜 태어났느냐"며 욕설하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 등으로 폭행한 의혹도 불거졌다.
고씨는 지난 2004년부터 동생 가족의 복지급여 통장 등 생활 전반을 관리했다.
사실상 보호자였던 고씨가 동생 가족이 모두 지적장애(2급)가 있는 점을 악용해 오랜 기간 폭언‧폭행뿐만 아니라 복지급여를 가로채고, 노동력을 착취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