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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보, 아무나 보고 회사도 요구"…코로나 '노출'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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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적힌 수기 명부 곳곳에 노출…시민들 "불안 커져"
'4주 뒤 파기' 원칙이지만…"따로 정리해 모아둔다"는 사업주도
지자체 "방역 역량 한계로 관리감독 어려워"
일부 기업, 막무가내 동선제출·코로나 검사 요구하기도
전문가들 "임의 규정 적용하는 건 개인자유 침해로 이어져"

출입명부(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여파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오는 13일까지로 연장됐다. 전국에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도 20일까지 이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방문자 명부 작성 등이 의무화됐다. '방역'이라는 대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정보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름·전화번호 적힌 명부 노출…"불안해서 따로 모아둔다"는 사업주도

"이렇게 다 보이는데 꼭 적어야 하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를 찾은 50대 여성이 방문자 수기 명부를 작성하며 이 같이 말했다.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 수십개가 가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있는 탓이었다.

지난 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서울·경기 지역 일대 음식점, 카페 및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받은 편의점 등 모두 20곳을 돌아본 결과, 2곳을 제외한 18곳이 출입구·계산대 근처에 명부를 놓고 있었다.

시민들 사이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원생 박모(26)씨는 "누군가가 촬영해가면 어쩌나 걱정된다"며 "사업장에서 개인정보를 얼마 동안 저장하고, 어떻게 파기하는 건지 공지도 제대로 되지 않아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4주가 지난 수기 명부는 파기해야 하지만, 사업주들이 고객들의 정보를 계속 갖고 있거나 홍보 등을 목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카페 운영자는 "한 달 뒤 파기하라고 하지만, 불안해서 개인적으로 엑셀 파일로 따로 정리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카페에서 수기 명부를 작성했는데, 얼마 뒤 홍보 문자가 왔다"며 "해당 카페에서 명부 말고는 전화번호를 노출한 적이 없는데 불쾌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시민들의 불안을 의식해 자구책을 내놓은 사업주들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들의 불안에 공감해서 명부를 꺼내놓지 않고 안 보이는 곳에 둔다"고 말했다. 한 카페 운영자는 "카페 손님에게 개별 쪽지로 신상정보를 받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 법 위반이지만…지자체 관리감독 '속수무책'

보건복지부 기준을 보면, 출입자 명부는 세세한 관리 규정이 따른다. 명부를 쓸 때 가급적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볼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하며, 기존 명부는 잠금 장치가 있는 장소에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4주가 지난 명부는 파쇄하거나 안전한 곳에서 소각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나 지자체의 역학조사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공하면 안 된다.

개인정보를 역학조사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 유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관리 규정을 어기거나 수기 명부를 잃어버리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입장객이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도록 안내하지 않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QR코드 확인하는 카페(사진=연합뉴스)

 

20곳 가운데 이 같은 규정들을 모두 알고 있는 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관리감독 주체인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흥시설 점검, 코로나19 확진자 및 접촉자 동선 파악 등에 방역 역량이 집중된 탓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장 현장점검을 나가면 명부를 뒀는지 여부를 주로 확인할 뿐, 4주 뒤 파기하는지 등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파기나 보관 규정 등을 담은 공문을 사업장들에 차례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등록된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영업점만 5천개인데, 방역 관리팀원은 3~4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방역-개인정보' 마찰 불가피한가…전문가들 "과도한 자유 침해 지양"

사기업 등 일부 조직은 당국이 공시한 방역수칙에 더해, 자체적인 방역수칙을 세우고 나섰다.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B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휴가 기간 다녀온 곳들의 동선을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 확진자나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이들도 해당됐다. 수도권의 한 사기업은 직원들에게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경우 코로나 검사를 받고 최종 음성 판정이 나와야 출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확진자나 접촉자가 아니어도 외출하는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과도한 자유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원 C씨는 "정부의 지침에 당연히 따라야 하지만, 이 같은 회사의 지침은 '일방적인 요구'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부 규정을 임의적으로 세우는 것은 개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홍윤철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에 따른 복지부 차원의 지침은 모두 따라야 한다"면서도 "(복지부 지침을 넘어서) 엄격히 관리하려 하는 것은 '통제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체 규정을 두고 개인에게 신상정보를 임의적으로 요구하기 보다는, 현행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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