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아베는 왜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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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임 계기로 트럼프 설득했던 일화 소환…동아시아 균형 해친다는 명분
'한국 때리기' 아베의 속내에 관심…주한미군에 대한 기존 통념도 흔들린 계기
"주한미군 철수시 일본은 직접적 위협에 직면" 日 전문가 발언 의미심장
남중국해 위기 때 오산서 출격한 U2기는 중요 시사점…미중 충돌에 연루 위험
주한미군 감축 '뉴노멀' 삼아 방위비 부담 줄이고 협상력 키우는 지혜 필요

관저로 출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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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저명 칼럼리스트는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만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도 지난 2018년 거의 같은 내용을 보도한 점으로 미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해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반대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동아시아의 군사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설득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드러난 이 일화는 약간의 인지부조화적 느낌마저 준다. '한국 때리기'로 일관했던 아베가 도대체 왜? 하는 낯선 감정 말이다.

우리가 노회한 아베 총리의 깊은 속내는 알기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순수한 '선의'는 아닐 것이란 점, 그리고 이로 인해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의 기존 통념까지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전후 70년간 한국 안보에 필수부가결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베 총리가 한국을 걱정해주듯 철수 반대를 외쳤다니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지 않은가?

이와 관련,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미중 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이 실사격 해상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미군 U-2 정찰기가 나타났고 중국은 격추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격앙됐다. 앞서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한 군사훈련으로 중국을 한껏 자극한 상태였다.

임무 마친 U-2S(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해당 U-2기가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미중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 세계 최대 미군기지(평택)가 있는 한국이 겪게 될 위험성을 보여준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미중 대결의 한복판으로 끌려가든지, 더 재수 없으면 아예 그들의 대리 전쟁터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스티브 배넌이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을 때 도쿄 사사카와 평화재단 와타나베 선임 펠로우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배넌은 아마추어"라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은 한반도로부터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하고, 일본은 핵무장을 포함해 자체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감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은 동북아 역학관계에 비춰 통일 이후에도 남아있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고, 심지어 북한 지도부도 이를 수긍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한 규모 축소까지도 반대한다면 구시대적 망상에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반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과거 전례를 봐도 한국의 입장은 존중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전 논의조차 없을 때도 있었다. 미국은 철저히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패권국이다.

주독미군의 전격 감축에 이어 주한미군 감축도 피할 수 없는 '뉴노멀'이라면 차라리 대세를 미리 인정하고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얻어내는 게 현명하다.

적정 수준의 주한미군 감축이라면 현재진행 중인 자주 국방력 증강으로 상쇄가 가능하고, 방위비 증액 부담은 물론 미중 갈등에 연루될 위험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선 이러니 더더욱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바짓가랑이 붙들다시피 하는데 그럴수록 더 무시당하고 협상력은 떨어지는 법이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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