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화제다. 정부의 계속된 공급예고에도 청약통장 해지는 매달 20만 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2030세대가 차지한 비율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라는 이들도 있다.
◇"내 청약통장의 쓸모는?"…'공급 시그널'에도 해지 줄줄이회사원 박모(32)씨는 최근 20살 때부터 꾸준히 돈을 부어왔던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청약통장) 해지를 고민 중이다. 사정상 목돈이 필요한 게 이유지만, 담보 대출도 가능한 상황에 이러한 고민의 바탕에는 청약 당첨에 대한 비관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박씨는 "당장 결혼 계획도, 부양가족도 없는 상황에 공공이든 민간이든 청약 당첨은 당분간 아주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100대 1이 넘어간다는 청약 경쟁률 뉴스를 봐도 이젠 놀랍지가 않다"고 말했다.
치솟는 청약 인기는 '진행 중'이다. 민간택지로까지 확대된 분양가 상한제를 타고, 당첨만 되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 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폭발적 신규 유입의 반대편에는 이와 함께 치솟은 커트라인에 따른 포기 심리도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484만 4321명으로 지난 6월 말보다 15만 9656명 증가했다. 전월의 증가폭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가입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하지만 청약저축 계좌 해지 계좌도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158만 8269개에 달했다. 청약통장 종류를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전환 해지나 당첨에 따른 정지는 제외한 수다. 대규모 가입자 수에 가려져 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에서의 '포기'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는 해지 계좌 수가 각 월마다 23만 1557개, 24만 8861개, 26만 3599개에 달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용산 정비창 등 개발을 공언한 5‧6대책에 이어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 공급을 늘리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7월에는 태릉CC 등을 비롯한 8‧4대책의 실제 구성 내용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기간이다.
이러한 '공급 시그널'에도 일부 가입자들의 기대감은 자라지 못했던 셈이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85㎡ 미만 규모는 전체 가점제인 탓에 '싱글 2030'의 당첨이 쉽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기간을 고려하는 점수 구조가 이유다. 85㎡ 이상 규모 역시 절반이 가점제인 상황에서 공간도 자금도 '작은 사이즈'를 원하는 2030의 수요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확대하는 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이들에게는 위안이 되지 못한다.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싶은 무주택자라도 배우자나 자녀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임대 아닌 분양 물량을 찾는 2030 미혼자는 막막한 상태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패닉바잉도 사람 나름"…아직 놓을 수 없는 기대이에 2030세대가 '패닉바잉'에 한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1만 6002건 중 2030세대의 거래는 590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연령대별 거래량이 집계된 이래 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남 일'이라는 2030세대도 있다.
역시 20살 때 가입한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회사원 유모(29)씨는 "당장 청약을 해지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최근 고민이 많다. 취업 이후 불입액까지 늘려 매달 10만 원씩 들어가는 저축액은 두둑이 쌓여가지만 이를 통해 분양을 받으리라는 희망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패닉바잉'이 쉬운 얘기도 아니다. 유씨는 "아무리 빚을 낸대도 이자 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는데, 결국 '패닉바잉'이란 것도 가진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지, 저는 그냥 '패닉'"이라며 "최근 발표된 공급 대책이나 앞으로의 추가 대책에 대한 기대 반, 비관 반으로 통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추첨제로 운영될 예정인 지분적립형 주택 청약 등 또 다른 방안과 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패닉바잉'과 거리가 멀다는 유씨와 같은 예비 매입자들은 여전히 청약통장을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7월까지의 해지 계좌 개수는 158만 8269개로 전년 동기 212만 6969개와 2018년 같은 기간 210만 4739개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연말정산에서의 소득공제나 일반 예금금리보다는 높은 이자, 무엇보다도 결혼 등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세대 변동 등을 고려했을 때 청약통장을 유지할 유인은 많다"면서도 "2030세대뿐만 아니라 가점을 받을 요인이 적은 1인가구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