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사진=연합뉴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로 최소한 50명이 숨지고 3천명 가량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발 원인이 공격이나 테러에 의한 것인지, 폭발물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AP통신과 CNN, BBC, 레바논 현지언론 등 외신들은 이날 오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두차례 대형 폭발이 발생해 항구 주변이 초토화됐다고 보도했다.
이 폭발로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이고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레바논에서 약 240㎞ 떨어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렸을 정도로 폭발력은 강력했다.
베이루트 항구에서 2㎞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현지언론 데일리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폭발 충격에 대해 "내 아파트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왈리드 아브도(43)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핵폭발과 같았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폭발로 최소한 50명이 숨지고 부상자는 2천700∼3천명이라고 잠정 발표했으나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레바논 총리 "재앙 책임자는 대가 치를 것"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디아브 총리는 연설에서 "이번 재앙에 책임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는 폭발 원인과 관련,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NNA통신은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물 저장창고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는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전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최근 국경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측은 이번 베이루트의 폭발이 이스라엘과는 관련이 없다며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유엔 특별재판소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에 대한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